"아빠 어디가, 런닝맨, 꽃보다 할배, 별에서 온 그대…. 이런 TV 프로그램이 중국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상상도 못 하실 겁니다. "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만난 리쥔징 톈룬홀딩스 부사장은 몇 차례나 한국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제목을 줄줄이 읊었다.
'아빠 어디가' '런닝맨' 등은 중국 방송국들이 판권을 사들여 리메이크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거둔 바 있다. 중국판 '아빠 어디가' 마지막회의 경우 극장에서 상영했을 정도다.
그는 한국 콘텐츠, 화장품·의류 등이 중국에서 갖고 있는 영향력을 거듭 강조하면서 톈룬이 주목하고 있는 사업 기회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MBC와 중국 후난성 방송국인 후난웨이스가 '아빠어디가' 리메이크로 윈윈하는 데 성공했듯 톈룬도 3억달러 규모의 자사 펀드를 통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리 부사장과 라이간펑 톈룬홀딩스 회장은 이 같은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오는 27일 개막할 '서울포럼 2015'와 부대행사인 한중 창조경제혁신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모바일 게임을 통한 e커머스도 톈룬이 구상하는 양국의 협력 방안 가운데 하나다.
리 부사장은 "톈룬은 단순한 모바일 게임 업체가 아닌 '문화·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고 표현했다. 모바일 게임을 플랫폼으로 삼아 더 큰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의미다.
톈룬의 주력 사업은 '롄우OL' 등 춤을 소재로 한 모바일 게임이다. 단순히 게임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 등의 요소를 첨가해 애플 앱스토어(중국)에서 '베스트셀러 뮤직 앱'으로 선정되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롄우OL 등 톈룬이 서비스하는 게임의 플레이어 60% 이상은 14~25세 사이의 여성이다. 이를 활용해 더 큰 사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은 '화장품·옷'과 '한류 콘텐츠'다.
톈룬이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간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리 부사장은 "한국의 상품을 중국의 모바일 게임에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찾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전통적인 신문 광고, TV 광고보다 모바일 광고, 게임 속 간접광고가 훨씬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롄우OL은 춤을 소재로 하는 만큼 음악 판권도 중요하다.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한국 가요에 자연스럽게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는 "한국은 문화 콘텐츠, 기술 등의 측면에서 최첨단이고 중국은 거대한 시장을 갖고 있지만 아직 게임 기획력이나 마케팅 역량, 지적재산권 보호 등의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며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장기적으로는 양국의 문화산업을 더욱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리 부사장은 서울포럼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을 더 알고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며 "한국 제품·서비스 중에서 품질 좋고 창의적인 것들이 많은데 중국에서 유통로를 못 찾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 기업인들의 입장에서도 한국 제품과의 경쟁을 통해 우리 시장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에서 좋은 파트너를 찾는다면 톈룬이 더 투자를 해서라도 함께 중국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톈룬홀딩스는 중국 기업들의 변천사를 축약해 보여주는 대표 사례이기도 하다. 톈룬홀딩스는 지난 1989년 중국 후난성 투자위원회에서 설립한 국영 투자기업으로 출범했다. 당시 주된 투자 분야는 화학·비료 등이었다. 이후 중국 경제의 급변과 함께 톈룬의 경영진은 원래의 사업으로는 이익률을 높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고 2011년 헝룬(恒潤)그룹의 대주주로 올라선 후 이를 통해 헝룬의 핵심 시장인 정보기술(IT)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모바일 게임 업체인 '뎬뎬러(点点樂)'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게임 업계에도 진출했다.
리 부사장은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중국 채팅 앱 '모모(MOMO)'를 통해 오는 10월께 새로운 게임을 서비스할 예정"이라며 "한국 기업과도 다양한 합작 기회를 찾고 싶다"고 덧붙였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모모의 총 이용자 수는 2억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