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의약분업 2년…아직 갈 길 멀다

건강보험 재정부실 '발목' 본질 퇴색7월1일로 의약분업을 도입한지 3년째 접어든다. 그 동안 보낸 시간들이 결코 짧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직도 이 제도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처럼 의약분업이 '갈지자 '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국민건강을 외면하는 이익단체의 무책임성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책임의 중심에는 모든 의료시스템을 건강보험 재정문제와 연관짓고, 의료계를 제도정착의 동반자적 관계로 동행하지 못한 보건당국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현행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보험의 성격보다 치료비 할인제도에 더 가깝다. 예를 들어보자. 대장에 생긴 혹을 제거하는 수술은 지름이 1㎝ 이상이어야 수술비를 인정해 주고, 암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역시 엄격해 암 전문의들의 운신의 폭은 매우 제한돼 있다. 정기검진과 조기치료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을 위한 지원 시스템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는 반증이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암이 뇌로 전이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다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정 나면 보험료를 삭감당해야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의료계는 어느 때부터인가 미국ㆍ영국 등 선진국에서 임상을 통해 입증된 새로운 치료법을 도입하려는 분위기마저 급속 냉각되고 있다. 보건당국이 상품명 처방을 성분명으로 바꾸려는 것이나, 일반의약품을 단계적으로 보험대상에서 제외하려는 계획도 의료정책 자체가 국민건강권보다는 철저하게 건강보험 재정안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화학적 성분이 같아도 약효라는 것은 제조기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는 당국의 태도는 "의약분업은 건강보험의 재정안정이라는 등식을 반드시 성립하게 해야 한다"는 단초나 숙명인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치료제를 약효보다 '비싼약' '싼약'으로 구분하는 시각도 문제다. 생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의약품을 공산품처럼 싼약과 비싼약으로 구분, 오리지널 약품을 처방 하는 것을 무조건 부도덕하게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 의료계를 옥죄여 잠시 건강보험 재정안정에 도움은 줄지 몰라도 의료의 질을 담보할 수는 없다. 국민들도 이제부터 적정 보험료는 내야 한다는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이익을 얻는 것은 기업 경영적 측면에서는 가능할지 모르나 의료분야 만큼은 적용될 수 없고 적용해서도 안 된다. 헐값에 최고수준의 진료를 받으려는 것이야말로 의약분업제의 연착륙을 막고 한국의료의 질적수준 저하와 건강보험 재정부실을 부르는 악순환을 낳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보건당국은 "국민들이 편리하고 적절한 진료를 받을 권리까지 훼손시켜가면서까지 건보재정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어떤 논리로도 용납될 수 없다"는 의료계의 비판을 이익집단의 사시적 시각만으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실 예로 병원 외래약국을 폐쇄함으로써 거동이 불편한 만성 질환자들에게 엄청난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현실은 의약분업의 실체와는 거리가 먼 대표적인 사례이다. 보건복지 정책의 본질은 시민편의에 바탕을 둔 국민건강권 증진에 있는 것이지 어떠한 명분이나 논리도 그것에 우선할 수는 없다. 박상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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