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키워드로 본 2008 부동산] <5> 벼랑끝에 몰린 건설업계

미분양에 멍들고 PF부실에 '덜덜' <br>분양 안된 15만7,000여가구에 돈줄 묶여 부도 잇달아<br>PF대출 부실 10兆추산… 해외수주서 그나마 희망살려<br>"구조조정·M&A 통한 시너지 극대화로 위기 돌파해야"




“아파트든 땅이든 건물이든 팔고 싶어도 팔리지 않으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상황이 나아지기만 바랄 수밖에요.”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의 하소연이다. 이 회사는 올 한해 내내 신규사업은 엄두도 못 냈다. 아파트는 값을 내려 분양하고 상가나 알짜 부지도 처분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지만 허사였다. 그는 “자금사정이 하루가 다르게 어려워지지만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것은 고사하고 갚으라는 압박만 커지고 있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이 회사의 사정은 올해 건설업계가 예외 없이 처한 현실이다. ◇‘미분양’에 휘청거린 건설=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15만7,000여가구에 이른다. 한 채당 2억원으로만 잡아도 30조원에 이르는 돈이 ‘미분양 아파트’에 잠겨 있는 셈이다. 업체들이 대부분 미분양 물량을 줄여 신고하는데다 준공됐지만 입주가 이뤄지지 않은 물량까지 감안하면 집에 묶여 있는 자금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미분양발 자금 경색은 건설업체 부도로 이어졌다. 지난 11월 말까지 부도로 쓰러진 건설사는 무려 365곳. 지난해 같은 기간의 260개보다 40%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시공능력평가 순위 41위인 신성건설이 부도를 내는 등 중소에서 중견 건설사로 부도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다=시장 상황에 대해 건설업계는 하나같이 “문제는 내년”이라고 말하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계속될 경우 78조원에 이르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에 따른 위기가 중견은 물론 대형 건설사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대형 건설업체의 경우 PF 잔액이 3조~5조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금융권의 부동산 및 건설 부문 PF대출 중 부실가능액이 무려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제2금융권이 건설사에 대한 PF대출 조기 회수에 나서고 있어 업계의 자금난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업계의 위기감은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내놓은 건설업 체감경기지수(CBSI)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7월 52.5이던 CBSI는 계속 급락해 10월에는 31.1, 11월에는 14.6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나마 해외에서 희망을 봤다=건설업계가 이처럼 풍전등화의 위기를 겪었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바로 해외건설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1일까지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465억달러로 당초 목표치였던 450억달러를 초과했다. 지난해 398억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사상 최대 실적이다. 현대건설이 61억7,000만달러로 해외건설 르네상스를 이끌었고 GS건설(51억6,000만달러), 대림산업(34억9,000만달러) 등도 30억달러 이상의 수주를 달성했다. 해외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중동 지역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나 늘어난 269억달러를 기록했다”며 “그나마 해외시장에서 선전하지 않았다면 건설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설업계가 위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체질개선을 위한 과감한 구조조정과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인수합병(M&A)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 건설경제연구실장은 “건설업계는 단순한 자구노력 외에 M&A 활성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시장구조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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