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통속적이고 뻔하지만 시드니 셀던 소설 읽듯 빠져들게 되는 영화 '가시'

김태균 감독 "서스펜스와 멜로 섞일 수 없는 두 장르 붙여보고 싶었죠"

주연 조보아, 반쯤 미친 여고생 역 완벽 소화

장혁-조보아 과감한 베드신도 화제





사진제공=인벤트 디

영화 ‘가시’는 시드니 셀던의 소설을 읽는 듯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한편 히치 콕의 영화를 보듯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주인공 조보아는 고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 ‘충녀’에서의 윤여정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여자 고등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생님인 체육교사 준기(장혁)가 어느 날 제자 영은(조보아)으로부터 노골적인 유혹을 받고 설레고 그 설렘은 준기와 그의 가족은 물론 주변 인물들까지 파국으로 이끈다는 듣기만해도 통속적이고 판에 박혀 딱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이야기를 ‘박봉곤 가출사건’ ‘화산고’‘늑대의 유혹’‘크로싱’ 등을 연출한 김태균 감독은 서스펜스로 버무려 드라마적 요소가 강한 영화로 탄생시켰다.


지난 2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김태균 감독은 “서스펜스 멜로라는 섞일 수 없는 장르를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사랑에 대한 주제를 갖고 만든 것인데 장르에 대한 실험을 하고 싶었고, 보통 서스펜스와 멜로라는 결코 붙을 수 없는 장르를 붙여 보고 싶었다”며 영화 ‘가시’의 제작 의도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사랑은 무엇인지 불륜은 무엇인지 또 그사이에 감정은 무엇인지를 표현하고 싶었고 이 영화를 보며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 연민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는 배우 장혁, 조보아도 함께 했다.

‘가시’는 김 감독이 시나리오 공모전 심사위원으로 갔다가 발견한 시나리오로 세 인물의 입장이 사랑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흥미로웠고, 장르에 이야기를 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해 이후 시나리오를 픽업하고 계발했다.

‘가시’의 원제는 ‘딸기 우유’로 주인공 영은이 즐겨 마시는 음료이기도 하며, 여학생들 사이에 퍼진 속설인 ‘딸기 우유를 먹으면 어떻게 된다’라는 의미라고.

김 감독은 “날카로워서 찔리는 것이 가시이고, 영화 내내 사랑에 대한 질문을 하는데 목에 걸린 가시처럼 후벼 파면 팔수록 가시는 들어간다. 가시는 그런 힘든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영화 제목 ‘가시’에 대해 설명했다.

바른 이미지에 모든 일에 고군분투할 것 같고 체육교사라는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장혁. 그의 이미지만으로도 그의 캐스팅은 적합했고 적격했다. 그뿐 아니라 영화를 이끌어가는 영은 역의 조보아는 TV 드라마에 주로 출연한 배우답지 않게 과감하고 용기 있는 연기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장혁은 “영화 캐릭터에 공감한 부분은 여고생과 선생의 사랑보다는 그 사랑의 본질이었던 중독 집착이었고, 남자의 한 순간의 설렘이 파국으로 치닫는데, 한번쯤 오는 설렘에 대한 호기는 있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조보아 씨는 예쁜데 어딘가 허전해요. 오디션을 본 후 이야기를 하다 보면 굉장히 열정적이고 제가 영은이를 설정하고 갈 때 영은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영은이를 알 것 같다가도 모르고 그랬으면 했어요. (조보아가)그 역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제대로 된 캐스팅인 거 같아요. 조보아는 영은이 역할 이상이었고, 포텐이 많고 열정과 용기가 많은 배우죠.”

조보아는 “(영은 역에)연민이 느껴졌고 꼭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감독님께서 많이 이끌어 주셨어요. 연기는 앙상블이라고 액션과 리액션이 중요한데, 선배님들이 잘 해주셔서 재미있게 촬영했어요”라며 캐릭터와 촬영에 대해 왠지 모르게 허전(?)하게 전했다. 김 감독이 말한 ‘예쁘지만 허전하다’라는 느낌이 전달됐다.


고 김기영 감독은 ‘화녀’와 ‘충녀’에 배우 윤여정을 주연으로 캐스팅 한 이유에 대해 ‘맹한’ 느낌을 꼽았다. ‘가시’의 김태균 감독도 조보아에게서 ‘충녀’와 ‘화녀’에서의 윤여정 느낌을 살리고 싶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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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은의 준기에 대한 집착과 광기는 공포스럽다가도 맹한 얼굴로 반쯤은 나사가 풀리고 반쯤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아무렇지도 않게 도발적인 행동을 할 때는 어쩐지 헛웃음이 나오게 해 긴장을 이완시키기도 하는데 이것이 ‘가시’의 장점이기도 하다. 이 장점을 조보아가 훌륭하게 이끌어냈다.

조보아는 ‘가시’에서 재벌 총수의 숨겨진 딸로 혼자 살며 친구도 없는 것 같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순진한 얼굴로 도발을 하며 기준의 가족을 파멸로 치닫게 한다. 또한 장혁과의 격정적인 베드신은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여 배우로서 소화하기 쉽지 않았음에도 관객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조보아는 “시나리오 읽었을 때는 부담이 됐지만 극중 영은 서연 준기 이 세 사람의 감정에서 꼭 필요한 신인 것 같다”며 화제가 된 베드신 장면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시’는 서스펜스와 멜로로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영화는 아니다. 감독의 철저한 컷과 프레임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장면이기도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 때면 꼭 구름이 끼거나 비가 내린다. 하늘도 아파트 촌 사이로 보이는 조각 하늘 정도다.

김 감독은 “굉장히 답답하게 찍히길 바랐다. 거의 픽스고 커트로만 이야기 구성해 나갔다. 유리창에 비친 하늘이건 건물에 보인 하늘이건 다 갇힌 하늘이다. 도심에서 하늘이 열린 공간이 아니다. 건물 건물 사이의 프레임, 창문에 비치는 프레이밍. 영은이가 죽은 후에 하늘이 온전하게 열린다. 연출자의 욕심인지 몰라도, 관객들이 스쳐 지나가고 답답함으로 올지는 몰라도, 일부러 답답하게 프레이밍을 해 나갔다”며 화면 장면 구성에 대해 설명했다.

감 독의 장면 구성에 대한 변은 통속적이고 뻔한 ‘막장’ 드라마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다라서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영화 ‘가시’가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영화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영은이 아니라 준기의 아내라고 했다. 극중 준기가 친구와 대화하는 장면 중 친구가 곧 둘째가 태어나지라고 물으니 준기는 첫째라며 왜 둘째가 아닌지에 대한 설명은 생략됐다.

그는 “시나리오 설정 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서연(준기의 아내)이다. 나쁘다는 건 아니고, 서연은 준기를 자기 방식대로 사랑해요, (관객이)서연을 바라볼 때 훌륭한 와이프로 완전한 와이프로 보여지길 원했다. 하지만 그건 서연의 방식인 거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안에 집어 넣는 거다. 임신했다고 거짓말하고 장혁을 붙들었을 것 같은 설정이다. 준기는 이 안에서 많이 고민하고 하지만 굉장히 착한 캐릭터다. 배려가 많은, 자기를 죽이면서까지도 아내 사랑하는 캐릭터다. 서연은 고집스럽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나아가고 지어나가는 캐릭터다. 아이마저도 거짓말하고 넘어갈 수 이는 여자다. 너무 강하고 자신감 있어서 민주(준기의 친구이자 솔메이트)가 있어도 끄덕도 안 한다. (영은이) 아기를 가졌다고 해도 내가 처리한다는 식으로 행동한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모두 극적이고 현실감 없게 느껴지는 캐릭터들이 부딪히는 것을 보고 사랑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생각할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기존 영화와 ‘가시’는 다르다”며 “어느 한 캐릭터에 공감을 하면서 집중하기에도 낯선 영화다”라며 말을 맺었다.

이야기는 통속적이지만 감독의 말대로 ‘가시’는 누구 하나의 편을 들면서 감정이입을 할 수 없는 낯선 영화이기도 하다. 뻔하지만 낯선 독특한 매력이 있는 ‘가시’는 4월10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17분이며 당연히 청소년 관람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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