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노사간 '갈등 대신 화합' 늘었다

노사 '벼랑끝 경제' 위기의식 공감<br>올들어 '화합선언' 1,043건… 작년보다 2배 급증

경북 영천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구영테크는 지난해 노사 간 이견으로 7월16일부터 8월8일까지 24일간이나 파업을 겪었으나 올해는 일찌감치 노사화합선언을 통해 노사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에 자동차 엔진, 트랜스미션과 관련된 부품을 납품하고 상시 근로자 110명 중 80명가량이 지난해 1월 설립된 노동조합에 가입한 이 회사는 첫 단체협상이 결렬되면서 파업을 겪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지난해 8월10일 현대ㆍ기아차의 노사고문이 양측 간의 조정에 적극 나서 8시간에 걸친 마라톤 논의 끝에 협상이 타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시 정상조업에 들어갈 시점에 생산 완제품의 재고가 하루치밖에 없어 자칫 현대ㆍ기아차의 완성차 조립라인이 전면 중단되는 위험 상황이 우려됐었다. 이 회사 이형광 노조위원장은 “노동조합이 생긴 첫해라 노사 모두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면서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노조 설립을) 좋아할 사용자가 어디 있겠냐”며 파업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해 구영테크 노사는 임금인상 5%, 타결 일시금 50만원 지급, 노조의 인사경영권 요구 포기, 무노동 무임금 적용 등에 합의했다. 하지만 당시 협상 타결이 노사 간의 근본적인 갈등을 해소한 것이 아니라 부품업체 파업이 완성차 업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서둘러 봉합된 측면이 강했다.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노사 양측은 자칫 과격한 노사분쟁은 공멸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상생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게 됐고 올 들어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필요성을 절감, 지난 2월 ‘노사화합 선언식’을 갖는 등 노사관계 재정립에 나섰다. 노사 대표는 노사화합 결의를 새긴 동판(銅版)을 대구지방노동청 앞에 있는 노사화합탑 앞 보도블록에 부착하기도 했다. 실질적인 노사화합을 위해 구영테크 노사는 ‘2008년도 노사파트너십 재정지원사업’을 신청, 5월부터 정부의 지원을 받아 노사 간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노사 대표가 워크숍을 갖거나 셀프 리더십, 변화관리 교육을 전사원이 받고 있다. 조직 경쟁력 향상을 위해 도요타과정 교육도 실시하고 있고 체육대회와 등반대회 등도 수시로 갖고 있다. 구영테크는 올해 임금협상을 5월부터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지역 사정상 임단협이 집중되는 오는 8월 이후로 미룬 상태다. 이 위원장은 “올해도 노사 간 입장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노조원들의 요구사항을 들어봐야겠지만 어려운 경제환경을 감안해 서로 양보한다면 잘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영테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분규를 겪으면서도 전년 대비 15%가량 늘어난 64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면서 “올해 노사관계가 안정된다면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지난해에 비해 약 13% 증가한 730억원의 매출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올 들어 노사화합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노동부는 올 들어 3일까지 총 1,043건의 노사화합선언이 이뤄져 전년 동기 414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7일 밝혔다. 김왕 노사협력정책과장은 “민주노총의 총파업 등으로 노사관계가 불안정하게 비치고 있으나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고유가 등 대외 경제여건 악화에 따른 위기의식 등으로 노사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를 적극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