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75가 사활의 급소였다. 최철한은 우상귀의 흑이 이 수로 쉽게 산다는 사실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은 약간의 수단이 남아있기는 했다. 윤준상의 연구에 의하면 참고도1의 백1로 쳐들어가는 멋진 맥점이 남아있었다고 한다. 한수 늘어진 패니까 백도 썩 내키지는 않는 수단이지만 어쨌든 수가 나는 자리였다. 만약 백이 모자라는 바둑이었다면 최철한이 한사코 수읽기를 해서 이 수단을 찾아냈을 것이지만 최철한은 어차피 이긴 바둑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에 그냥 슬슬 마무리하고 끝냈다. 좌하귀의 흑77 이하 82는 오래 전에 쌍방이 읽어두었던 수순이다. 이렇게 큰 수단이 남아있었는데도 최철한은 보강하지 않은 채로, 이세돌은 결행하지 않은 채로 거의 최종 단계까지 그냥 온 데는 이유가 있다. 팻감 사정이 흑에게 불리했기 때문이었다. 실전은 2백42수까지 진행되었지만 종반의 수순은 생략한다. 이세돌이 완패한 바둑이었다. 그렇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좌변 전투에서 이세돌이 쉬운 행마의 기본을 놓쳤기 때문이었다. 참고도2의 흑1로 행마했더라면 바둑은 이제부터였는데 이세돌은 흑1로 두지 않고 7의 자리에 가만히 올라섰으며 그 이후 계속 일방적으로 뒤처지는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최철한은 그렇게 염원하던 세계 타이틀을 따내는 데 성공했고 이세돌은 두 달 전에 후지쯔배에서 최철한을 울린 미안함을 씻는 데 성공했다. 200수 이하 줄임 백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