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3일] 신뢰 잃은 두산

“어제까지는 믿었지만 오늘부터는 못 믿겠습니다.”(A애널리스트) “수년째 두산을 담당하고 있는데 정말 배신감을 느낍니다.”(B애널리스트) 지난 8월29일 여의도에서 개최된 두산의 긴급 기업설명회(IR)에 참석한 애널리스트들은 두산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날 두산은 박용성 두산인프라코어 사장과 이상하 기획조정실 전무 등이 직접 나서 경영상황과 관련한 구체적인 숫자들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지만 애널리스트들의 의심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한 주인공은 바로 두산. 두산은 지난달 28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인수한 밥캣의 10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은 그동안 밥캣의 실적악화가 대두될 때마다 “밥캣의 실적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혀왔고 유상증자 가능성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유상증자는 자금사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결국 주력 두산 계열사들의 주가는 8월29일 일제히 하한가까지 떨어진 데 이어 이후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실 두산이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7월31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주최의 ‘제주 하계포럼’에서 기자들에게 “대우조선해양은 상당히 매력적인 회사다.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시장에서는 두산의 인수참여 철회설이 나돌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발언은 인수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두산은 불과 보름 남짓 후인 8월18일 “기존 사업의 역량강화를 위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불참한다”고 선언해 기존의 입장을 뒤집었다. 두산의 연이은 ‘말 뒤집기’에 시장이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약 두산이 그걸 몰랐다면 두산이 주장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또 알고도 그렇게 했다면 시장을 무시하는 기업에 투자할 투자자들을 앞으로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날 IR이 끝난 후 두산의 한 임원은 “오늘 충분히 설명했으니 다음주부터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이달 1일에도 두산인프라코어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시장의 신뢰를 한번 잃으면 이를 되찾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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