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재일동포 사업가들이 말하는 한국 투자환경

"美·유럽계 자본만 선호, 교포는 홀대… 섭섭해요" <br>본국에 관심 많지만 지원 미미…자주 바뀌는 법·제도도 문제<br>최대 걸림돌은 강성노조… 국내 증시 日系자금 1~2兆로<br>전체 외국계의 1% 수준 그쳐 적절한 투자 유인책 마련 요구

일본 현지에서 만난 재일동포 사업가들은 한국 투자환경에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본국인들이 미국과 유럽계 자본 또는 펀드를 선호하면서 재일동포자금을 홀대시하는 경향이 드러난데다 투자를 해도 한국 내 대리인들이 재일동포 투자자들을 따돌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게다가 근년 들어 노조 때문에 한국에서 사업을 못해먹겠다며 철수하겠다는 동포사업가도 많았다. 지난 70~80년대에 제조업ㆍ금융업에 거액의 자금을 투자했던 재일동포들의 애국심이 약해져서가 아니다. 그동안 한국에 투자 또는 사업을 하면서 이리저리 속상했던 일이 많았고 근년 들어 1세대 경영인들이 후선으로 물러나고 2~3세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한국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지는 것도 그 이유에 해당한다. 쌍용화재 최대주주인 최윤 아프로FC그룹 회장은 “많은 동포들이 한국투자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지만 한국정부나 사회에서 적절한 지원책이 없다”고 말했다. 한 재일동포 실업가는 “한국정부의 법ㆍ제도가 자주 바뀌어 투자하기가 겁난다”면서 “불투명성을 줄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한국이 외자유치를 강조하면서 미국ㆍ유럽계 자본에 손을 내밀면서 정작 같은 핏줄인 재일동포들에 대한 배려가 덜하다는 것. 재일동포 자본의 대표로 꼽히는 신한은행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 주주인 한 재일동포는 “동포의 은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면서 “수익률이나 배당 등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며 손을 저었다. 최근 신한금융지주의 경영진 교체 파동도 동포 사회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항으로 꼽혔다.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이 최근 도쿄ㆍ오사카를 방문해 주주들을 만났지만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고 현지 주주들이 밝혔다. 동포 사업가들 사이에는 차라리 일본에서 민족은행을 수립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강성노조도 동포의 투자를 막는 요인이다. 재일한국인 본국투자협의회는 지난해 말 청와대와 노동부에 탄원서를 보내 한국투자의 최대 걸림돌인 노사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세대교체도 분위기 변화의 이유다. 정순오 재일한국인 본국투자협회 사무국장은 “동포 1세대 시절에는 대규모 자금으로 제조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2~3세부터는 언어적 어려움, 인식의 차이로 한국투자가 서비스ㆍ마케팅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특히 2~3세 재일동포로 넘어가면서 한국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는 추세다. 도쿄 재일동포 청년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 있는 대리인들이 상의 없이 투자에 나서거나 투자자금을 제대로 운용하지 않아 불신감이 상당하다”면서 “한국투자에 매력이 생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3세 경영인들은 IBCNI라는 투자회사를 마련하는 등 한국투자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일부 국내 대리인들이 지분투자를 독자적으로 실행해 신뢰를 잃어버려 법적소송을 진행 중이다. 재일동포 자금은 65년 한일협정을 계기로 ▦친척방문 투자 ▦제조업 투자 ▦금융 및 서비스업 투자 ▦첨단산업 투자 등으로 국내에 유입됐다. 60년대에는 일본 농촌마을에 거주하는 동포들이 모국 친척들을 통해 투자했고 그 대표적인 것이 제주도 감귤농장이었다. 60년대엔 오사카 사카모토 방직의 서갑호 사장이 100만달러를 가지고 들어와 방림방적을 창립하고 82년에는 재일 상공인 1,000여명이 250억원의 자본금으로 신한은행을 설립했다. 신격호 회장의 롯데호텔, 서울로얄호텔, 한성컨트리클럽 등도 재일교포가 투자한 업체들이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재일동포 사회의 한국투자가 답보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에 따르면 현재 일본계 자본의 국내 증시ㆍ채권ㆍ선물투자 규모는 1조~2조원에 불과하다. 이는 외국인의 국내 금융상품 전체에서 차지하는 규모의 1% 수준이다. 일본자본의 대부분을 재일동포 자본으로 보더라도 매우 적은 투자임이 분명하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개정 병역법에 따라 재일동포들이 1년 이상 장기투자를 하더라도 병역의무를 요구하지 않을 방침이다. 청년실업가들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한 조치다. 재일동포 젊은층에서는 국내 대리인을 통하지 않고 사모투자펀드(PEF)들을 통해 직접투자를 실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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