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용산 공영개발하자는 코레일의 도덕적 해이

총사업비 31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또다시 휘청대고 있다. 이달 초 사업시행자인 드림허브는 전환사채(CB)와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급한 불을 끄기로 했지만 현재로서는 실패할 공산이 크다. 자본금을 다 까먹은 드림허브는 다음달 12일 이자를 내지 못하면 부도를 피할 길이 없다.

사정이 이쯤 되자 땅주인이자 1대 투자자인 코레일은 민간 파트너와 더 이상의 사업추진이 불가능하다면서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자금동원에 한계를 드러낸 민간기업을 배제하고 국가 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같은 공기업이 직접 나서 개발하자는 구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용산 일대를 공영개발할 아무런 명분이 없다. 공영개발은 곧 국민 세금 투입을 의미한다. 초고층 고급아파트와 매머드 상가를 짓는 데 국민 돈이 왜 들어가야 하는지부터 의문이다. 용산개발은 공기업이 참여하고 있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상업적 논리에 입각한 순수 민간사업이다. 그런데도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것은 사업실패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려는 후안무치한 일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황금알을 낳는다며 달려들었다가 막상 애물단지로 전락하자 국가에 손을 벌리겠다는 것이 모럴해저드가 아니고 뭔가. 코레일은 일전에도 용산 일대를 관광특구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 특혜를 달라던 코레일이 이번에는 국민 혈세를 투입하라니, 그 뻔뻔함과 몰염치에 기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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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용산사태의 참극이 생생한 서부이촌동 사업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해당 주민들은 개발지구에 묶여 6년째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는데다 엄청난 빚까지 지고 있다. 이들은 개발업자들의 탐욕과는 거리가 먼 피해자다. 서부이촌동 쪽은 용산개발에서 분리해 일반적인 재개발사업으로 진행하는 것도 현실적 대안이다.

이제 중대 결정을 내릴 때가 됐다.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원안을 고수할지 아니면 사업규모 축소를 포함한 개발계획을 수정할지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어떤 결론을 내든 분명한 것은 무분별한 부동산 투자의 실패를 정부가 구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중재 차원을 넘어 용산에 발을 담글 생각일랑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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