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의 장녀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누나인 이인희(84ㆍ사진) 한솔그룹 고문이 28일 유산상속을 둘러싼 형제 간 소송사태에 대해 "옳지 않다"고 말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이날 한솔그룹은 고 이병철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차녀인 이숙희씨가 이 회장을 상대로 선대회장의 상속분 청구소송을 낸 것과 관련, "유산상속소송을 제기할 계획이 없다"는 게 이 고문의 공식 입장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 고문은 "상속과 관련된 재산문제는 선대회장 사망 당시인 지난 1987년 끝난 일"이라며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고 한솔그룹은 전했다.
이처럼 장녀인 이 고문이 유산상속소송을 제기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힘에 따라 이맹희 전 회장과 이숙희씨의 소송이 다른 일가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소송사태로 삼성과 재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삼성은 글로벌 무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소송에 휘말리자 브랜드 이미지 추락에 따른 경쟁력 약화까지 우려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다시 한번 도약하는 상황에서 상속 문제가 터진 것은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삼성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는 문제"라며 "삼성 내부에서도 이 점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삼성과 재계는 이맹희 전 회장과 이숙희씨의 소송건으로 반기업 정서가 불붙지 않을까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선대회장 자녀들 간의 소송인 탓에 삼성가 내분 사태로 비쳐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개인 간의 소송이어서 그룹이 조직적인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임원들은 매일 저녁 회의를 갖고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은 금융실명제가 도입되기 이전 대다수의 기업들은 경영권 유지 차원에서 임원들의 명의를 통해 차명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들 주식의 소유권도 자연스레 넘어간 일인데 다시 소송을 통해 불거지는 현재의 상황이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미 1987년 삼성 경영권이 이 회장으로 넘어가면서 차명계좌의 소유권도 이 회장에게로 넘어간 일"이라며 "이맹희 전 회장과 이숙희씨의 소송으로 금전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 자칫 반기업 정서로 확산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