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휴일잊은 마라톤협상 채권단-LG 벼랑끝 대치

채권단과 LG그룹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상대방의 선택`만 남았다며 벼랑 끝 버티기를 계속하면서 금융시장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채권단은 LG그룹이 LG카드를 살리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계속 강하게 압박하고 있으나 LG그룹은 더 이상 물러날 카드는 없다는 기존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양측의 이 같은 대립은 단순히 한 개의 부실카드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시장과 국내 경제 전체를 놓고 벌이는 무모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LG카드가 부도날 경우 카드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지고 더 나아가서는 국내경제의 대외신인도에도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24일 오전 막판타협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지만 이때까지도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LG카드의 부도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은 물론 고객들의 이탈과 LG카드가 발행한 채권을 매입한 투신 등에 환매가 폭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채권단 “LG그룹,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LG그룹에서는 자신들이 내 놓을 것은 다 내놓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채권단은 더 이상 양보할 뜻이 없다”며 “구 회장의 개인 연대보증없인 자금지원은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LG측이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채권단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 구 회장의 연대보증만 있으면 (특수관계인의 지분의 담보제공과 증자대금 7,000억원의 연내예치 없이도) 자금지원이 가능한 것처럼 알려져 있으나 일부 채권은행들은 연대보증만으로도 부족하다는 강경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 사태가 더욱 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채권단은 지난 22일 은행장 대책회의를 연데 이어 지난 주말에도 LG측과의 실무자급 협상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으나 LG측의 입장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LG그룹은 그러나 구 회장이 자신의 ㈜LG 지분 전부를 담보로 제공한 것은 LG카드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주주의 출자범위내 책임`이라는 주식회사 제도의 근본원칙을 깨면서까지 구 회장이 ㈜LG의 지분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구 회장 명의의 연대보증까지 요구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LG측은 “최근 카드산업의 위기는 국내소비 위축과 이에 따른 연체율 증가, 신용불량자 확대 등 경제구조적 난제가 집약적으로 반영돼 나타난 현상”이라며 LG의 경영부실인 것처럼 몰아부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대타협 없인 모두 파국” 막후협상 기대=양측은 그러나 이처럼 상대방에게 `사태해결의 공`을 넘기면서도 파국은 바라지 않고 있어 막판 대타협을 통한 타결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LG카드문제가 금융시장 전체의 혼란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며 “최종 순간까지도 협상을 계속할 방침이며 채권은행간 의견조율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도 “이번 사태의 핵심은 시장이 신뢰할 만한 자구노력과 채권단의 지원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라며 “채권단과 LG그룹이 공동운명체란 인식을 갖고 사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중재에 나서고 있으며 긍정적인 결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관련기사



이진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