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박근혜 비대위 정치력 시험대에

외부 비대위원의 친이 핵심 퇴진 요구에 친이계는 물론 쇄신파조차 정치력 부재 지적

심각한 비대위원장-원내대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황우여 원내대표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기자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한 ‘박근혜식 개혁’이 한나라당 내부의 반발에 부닥치며 정치력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외부출신 비대위원 중 이상돈ㆍ김종인 위원이 친이명박계 핵심인사의 퇴진을 공개 요구한 데 대해 당내 친이계 인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또 이들은 비대위원들의 전력을 문제 삼아 내홍 조짐까지 보인다. 과거 친이계 퇴진을 요구했던 쇄신파조차 ‘비대위의 방법이 서툴렀다’면서 박근혜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박 위원장이 양측의 분란을 봉합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논란은 이상돈 위원이 전날 "현 정권의 공신이나 당 대표를 지낸 사람들이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가 아니다. 그 사람들을 그대로 두고 쇄신을 하면 누가 믿겠느냐"며 정권 핵심인사들의 용퇴를 요구한 게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박근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이 위원)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의총에서 “쇄신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누구는 단정적으로 쇄신 주체이고 대상이라고 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종인 위원도 이날 오후 MBN에 출연해 "비대위원들의 생각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제가 보기에는 일반 국민의 생각이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이 위원 주장에 동조했다. 퇴출 대상으로 지목된 의원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이가 없다. 요새 하는 것을 보니까”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 비대위원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칼럼에서 북한의 공격 때문이 아니라 우리 군이 과잉 무장해 생긴 선체 피로가 원인이라고 주장한 점을 문제 삼았다. 홍 전 대표는 “우리가 조용환 헌법재판관 내정자를 부정하는 것이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부정적 입장) 때문인데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을 한나라당 비대위원으로 둬서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김영삼 정부였던 1993년 동화은행으로부터 2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 위원을 향해서는 “검사 시절 내가 (동화은행 뇌물수수 사건에 대해) 10분 만에 자백을 받았던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재오 의원은 “할 말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외부 출신인 이준석 비대위원은 비대위에서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검찰 수사 국민검증위원회에인터넷 풍자방송인 ‘나는 꼼수다’ 진행자에게 검증위원으로 참여할 것을 타진했다. 하지만 '나꼼수' 진행자 중 한 명인 김용민 시사평론가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바쁜 김어준 오라가라하지 말고 선관위 로그파일이나 내놓으라고 하세요”라며 “김어준 영입 보도에 웃습니다”며 거절했다. 이 같은 논란을 지켜본 쇄신파 의원들은 박근혜 비대위의 정치력 부재를 우려했다. 원희룡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 자격 논란은 지엽적인 것이다. 비대위가 방향을 잘 잡고 있고 ‘점령군’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해야 한다”고 옹호했다. 다만 그는 “정치라는 것이 순수하게 시작해도 생각하지 않은 사건이 생기고 저항에 부딪치기 마련인데 비대위가 감당할 수 있는 정치력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지금 봐서는 박 위원장이 비대위에서 정치력을 발휘할 사람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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