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굼뜬 다윗' KT&G '민첩한 골리앗' 아이칸

아이칸, 막대한 자금등 무기 경영권 위협 강화<br>KT&G, 외국인투자가에만 의존 돌파구 못찾아<br>'스틸' 주도땐 시세차익이 목표…한숨 돌릴듯

'굼뜬 다윗' KT&G '민첩한 골리앗' 아이칸 아이칸, 막대한 자금등 무기 경영권 위협 강화KT&G, 외국인투자가에만 의존 돌파구 못찾아'스틸' 주도땐 시세차익이 목표…한숨 돌릴듯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 뉴욕=서정명특파원 vicsjm@sed.co.kr 관련기사 • 스틸파트너스는 어떤 곳 “KT&G가 굼뜬 다윗이라면 칼 아이칸은 민첩한 골리앗이다.”(국내 한 투신운용사의 대표) KT&G에 대한 칼 아이칸 측의 공격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KT&G 측의 대응능력은 곳곳에서 적지않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아이칸 측이 막대한 자본력과 인력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공격방법을 구사하는 반면 KT&G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해외 투기자본이 처음으로 국내 알짜 기업을 적대적 인수합병(M&A)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리크텐스타인, KT&G 공격의 주연=전문가들은 현재 KT&G에 대한 경영권 위협은 칼 아이칸이 아니라 스틸파트너스의 대표인 워렌 리크텐슈타인이 주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스틸파트너스에 정통한 월가의 한 소식통은 “KT&G와 협상과정에서 아이칸 측과 리크텐스타인의 발언권은 동등하다”며 “이는 아이칸이 얼굴마담 역할을 하고 리크텐스타인이 구체적인 전략을 짜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3일에 KT&G에 회사 측 지분 인수를 제안한 곳은 리크텐스타인이다. 또 7일 리크텐스타인의 KT&G 방문과 15일 이사회 주주총회 안건 결정에 따른 비난 서신 발송, 20일 주주 명부 요청 등도 스틸파트너스 명의로 진행됐다. 특히 1월 ‘5% 룰’에 따른 공시내용에도 스틸파트너스는 아이칸 측보다 3개월가량 앞선 지난해 6월부터 KT&G 주식을 인수했고 집중투표제 도입 및 사외이사 선임 등을 주도한 것으로 돼 있다. 스틸파트너스가 아이칸에 KT&G 공격과 관련해 협조를 요청했고 아이칸이 이를 수락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적대적 M&A 우려 증폭=일부에서는 KT&G 공격을 스틸파트너스가 주도할 경우 적대적 M&A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아이칸파트너스나 스틸파트너스 모두 경영권 위협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헤지펀드이지만 누가 주도적으로 행동하느냐에 따라 최종 목표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그동안 아이칸이 자사주 매입이나 자산매각 등 주주 권리를 끝까지 행사한 반면 리크텐스타인은 고배당이나 차익실현 극대화에 더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은 현재로서는 기대 섞인 시나리오로 분석된다. 월가의 한 소식통은 “스틸파트너스 측이 100%는 아니더라도 인수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스틸파트너스 측의 한 관계자도 “KT&G에 대한 주식인수 제안은 주주 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에 기초한 것”이라며 “접촉 중인 많은 해외 투자가들이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틸파트너스가 2003년 일본 기업을 공개 매수하다 결국 지분을 처분한 것에 대해 “장기 목적으로 투자하는 기업들도 많다”면서 “한국 금융시장과 기업구조는 일본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KT&G 대응책 마련에 한계=사정이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는데도 KT&G는 현재 구체적인 방어벽을 쌓지 못하고 있다. 물론 곽영균 KT&G 사장 등 핵심 임원들이 지난 15일부터 미국과 유럽ㆍ아시아 등지에서 해외 IR를 실시하는 한편 골드만삭스ㆍ리먼브러더스와 재무자문 계약을 체결하는 등 외국인투자가들의 지지를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KT&G는 아이칸 측에 회사 측 전략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IR 대상은 물론 장소와 일정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KT&G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경영권 분쟁은 창사 이후 최대의 난관”이라며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M&A 전문가들은 “KT&G가 확실한 우호 지분이 15%가량에 불과한데도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는 것 같다”며 “프랭클린 등이 돌아설 경우 경영권 방어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아이칸 측의 M&A 공격능력은 KT&G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아이칸은 총 100억달러를 동원할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고 타임 워너 등 미국 대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면서 축적한 관련 인력과 노하우도 막강하다. 이를 증명하듯 아이칸 측은 속내를 철저히 감추면서 자산매각 요구, 공개매수 위협 등 필요한 수순을 착실히 밟아나가고 있다. 반면 이에 맞서는 KT&G 인력은 사내 법무팀과 IR팀 등 10여명에 불과하다. 또 사외이사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도 신속한 의사결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외국인에게만 매달릴 뿐 국내 투자가들에게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한 투신운용사의 사장은 “회사 측으로부터 지지를 요청하는 서신 한 장 받은 적이 없다”며 “국민 정서상 KT&G를 지지할 수밖에 없지만 너무 심한 처사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한 M&A 전문가는 “이미 1년여 전에 영국계 투자회사인 TCI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았으면서도 그동안 무슨 대책을 세웠는지 의문이 든다”며 “국내외 우호적인 여론 조성, 건전한 투자가와 투기 펀드의 구분 등으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던 SK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02/2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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