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계] "이번주 바쁘다 바빠"

5대 그룹이 창사이래 가장 바쁜 한 주일을 보낼 전망이다.김대중 대통령 주재의 정·재계 간담회가 오는 26일께 열릴 예정이어서 5대 그룹은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동안 할 일이 많다. 이 기간 중 뭔가 알맹이를 내놓지 못할 경우 내용이야 어떻든 그동안 「자율」의 형식으로 진행돼온 5대 그룹 구조조정이 내용과 형식 모두 「철저한 타율」로 반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5대 그룹은 우선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의 밑그림을 확실히 그려야 한다. 반도체빅딜이 초미의 관심사지만 자동차·석유화학 등 나머지 업종의 빅딜도 확실하게 가닥을 잡은게 아니다. 분명히 정리할 부분이 적지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는 5대 그룹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을 충분히 갖고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꺼내들 카드가 많고 제도적인 장치도 이미 마련됐다. 5대 그룹의 목을 죄며 「스스로 개혁할 것인지, 아니면 억지로 떼밀려서 개혁의 수술대에 오를 지」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형국이다. ◇5대 그룹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있다=「구조조정이 미흡한 재벌 2곳」이란 청와대 강봉균 경제수석의 15일 발언으로 5대 그룹이 긴장했다. 「우린 아니다」는 해명이 쏟아졌지만 2곳이 어디인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분위기다. 정부가 노골적으로 5대그룹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며 재계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드러내놓고 말할 처지가 아니다. 지금 칼자루는 정부가 쥐고있는게 현실이다. 또 5대 그룹이라고 해도 康수석의 말처럼 「걱정할게 없는」 나머지 3개 그룹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만의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재계의 본산인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는 좀 더 자유롭게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경련 고위관계자는 『5대 그룹이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00%이내로 낮추기 위해 계획을 제출했고 그에 맞춰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며 『결과를 보고 압력을 가해야하는 것 아니냐』 고 주장했다. 계획을 이행할 여유를 주고 지켜봐야 하는 것아니냐는 얘기다. ◇창사이래 가장 바쁜 일주일=불만은 있겠지만 어느 그룹이건 이번주에 할 일이 너무 많다. 5대 그룹은 金대통령이 『눈에 보이는 성과없이 만나기만 하면 의미가 없다』며 22일로 예정됐던 간담회를 갑작스레 연기한데서 보듯 이번주 중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야 할 처지다. 우선 반도체 빅딜은 19일 정몽헌(鄭夢憲)현대회장과 구본무(具本茂)LG회장의 회동에서 어떻게든 결판을 내야 할 입장이다. 지난 17일 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과 鄭회장, 具회장이 각각 개별회동을 가졌으나 여전히 가격차이가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19일 회동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경우 자칫 현대와 LG 모두 구조조정에 역행하는 기업으로 낙인찍혀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빠르면 19일, 늦어도 주중에는 빅딜이 타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대 그룹은 일부 계열사가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아무리 기업을 살리는 워크아웃이라지만 경영권 박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재계가 가장 걱정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한 金대통령의 언급이 「워크아웃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원론에 그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막연한 엄포로 치부하기 어렵다. ◇출자전환이 새로운 5대그룹 구조조정 수단으로 부상한다=금융당국은 이미 주채권은행들에 5대 그룹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 원칙을 제시했다. 그룹의 주력이어야 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해주었을 때 사업전망이 밝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들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워크아웃과 달리 대출금의 출자전환이 먼저 이루어진다. 재계는 부채비율이 높은 2개 그룹의 경우 일부 계열사에 대해서는 출자전환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있다. 그 윤곽이 의외로 빠르게 이번주안에 드러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말하는 가시적인 성과가 빅딜만은 아닐 것』이라며 『정·재계 간담회를 앞두고 5대 그룹 계열사의 출자전환 문제가 본격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출자전환 때 채권은행과 해당 기업의 소유경영인은 자산매각, 사재출연 등 자구이행을 담은 약정을 맺는다. 약속을 못지키면 해당기업의 신청절차 없이 곧바로 워크아웃에 들어간다. 이 때 기존 대주주의 소유·경영권은 박탈된다. 5대 그룹으로선 오싹한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돈되는 핵심 계열사를 과감하게 정리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할 입장이다. /손동영 기자 SO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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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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