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주체 못할 정도의 강렬한 기(氣)를 갖고 있는 한국인들이 혼란한 세태에 가려 잠재된 능력을 마음껏 터뜨리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고 동기 부여를 해주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화여대 한국학과 최준식교수가 오랜 기간 한국인을 연구한 책 '한국인을 춤추게 하라'(사계절 펴냄)를 냈다. 그는 "한국문화는 감성적이고 화끈하고 대범한 '신기(神氣)'와 정교한 기교를 부릴 수 있는 정신인 '문기(文氣)'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며 "이번 책에서는 엄청나게 강한 힘과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분출되는 신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기는 한마디로 '신명'으로 요약된다. 저자는 우리 민족의 DNA에 내재된 샤머니즘적 기질에서 신명의 근원을 찾았다. 최교수는 "무당이 20만명이 넘고, 시내 한 복판 점집에 직위 불문 사람들이 몰려 점을 보는 것만 봐도 한국인 의식속에 샤머니즘이 얼마나 크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알 수 있다"며 "샤머니즘의 기저에 깔린 춤과 노래는 우리의 잠재의식에 녹아있는 신명을 건드리고, 그 울림이 커지면 모두가 흥에 겨워한다"고 말했다. 누가 모이라고 한 것도 아닌데 수만명이 광화문에 운집해 하나가 됐던 2002년 월드컵 당시 길거리 응원을 '큰 굿 판'으로 본 저자는 신기의 근원의 사례로 들었다. 내재된 에너지를 터뜨릴 만한 동기만 있다면 언제든지 신기는 활화산처럼 타오른다는 것이 저자의 믿음이다. 그런데 왜 많은 한국인들이 자신을 모르고 있냐는 질문에 저자는 "30년 넘게 계속된 일제의 강탈과 만연된 서양 문화 수입으로 민족 자존심이 크게 상처를 받았다"며 "내가 누구인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미래의 우리 모습을 어떻게 그릴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자기 문화의 정체성을 올바로 찾지 못하면 신기가 부정적으로 작용, 결국 남을 해칠 생각을 하게 된다"며 "지금 모두 자기 목소리만 내고 남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교수는 조만간 출간될 문기와 관련된 책으로 한국 문화의 본질을 완결할 계획이다. 그는 "신기로 기분이 좋아지고 이를 문기로 세련되게 단련하면 우리의 미래는 밝다"며 "독일의 철학자 '하인리호 롬바흐'가 인생은 춤이라고 말했듯이 잃어버린 우리의 신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