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말 뿐인 공정사회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8ㆍ15 경축사에서 집권 후반기 국정 어젠다로 '공정사회'를 꺼내 들자 모든 정부부처 수장들의 입에서는 공정사회가 떠나지 않았다. 강연회를 가든 정책을 발표하든 공정사회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공정사회 주제의 강연을 하거나 관련 정책 정도는 내놔야 시쳇말로 '먹혔다'. 각 부처들은 '공정사회를 강화하기 위한 각론' 준비를 위해 머리를 쥐어짤 정도였다. 공정사회는 국정 어젠다로 손색이 없는 카드였다. 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과 비리 척결을 통해 사회가 좀더 투명해지고 국민이 갖는 허탈감을 없애자는 점에서 환영 받을 국정 지표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공정사회를 꺼내기도 무섭게 추락은 끝이 없다. 그해 8월 말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공정사회는 상처를 입었다. 뒤이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 특채 파동으로 물러났고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청와대 전 감찰팀장이 건설현장 식당(함바) 비리 의혹에 연루되기도 했다. 끝은 여기에서 머물지 않았다. 권력을 갖고 있는 이들의 도덕불감증에 무덤덤해지자마자 이번에는 저축은행의 집단 모럴헤저드라는 더 큰 사태가 터졌다.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부산저축은행은 영업정지 하루 전날 밤 임직원과 VIP고객만이 불법적으로 예금을 인출하도록 했다. 소수의 VIP만 중요했지 금리 0.1%라도 더 혜택을 받기 위해 저축은행을 찾은 다수의 일반 서민들은 전혀 배려 대상이 아니었다. 피해액수를 떠나서 모범을 보여야 할 힘깨나 있는 이들만이 보호받는 사태가 벌어졌다는데 온 국민은 '대한민국=불공정사회'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 국격(國格)을 높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2011년 대한민국의 현주소기이도 했다. 국민은 믿는다. 사회지도층과 일반 국민은 동등하다고…. 마음속에서는 '아니겠지'라고 진실을 말하려고 하지만 애써 이를 억누르면서 위안을 삼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속 진실이 피부로 느껴지는 현실이 됐을 때 국민은 결국 변화를 선택한다. 역사는 이를 말해주고 있다. 과거를 곱씹어 하나하나 되새겨 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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