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한국, 발칵 뒤집힐 일 터진다
“근저당 설정비 돌려줘라” 은행 첫 패소
이상훈기자 s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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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대출자들이 부담한 근저당권 설정비를 은행이 돌려줘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고객이 부담하겠다는 선언적 합의가 계약서 등을 통해 명시적으로 증명되지 않는다면 은행이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이번 판결은 지난해 말의 관련 집단소송에서 은행들이 줄줄이 승소한 것을 뒤집는 일로 시중은행을 상대로 한 고객들의 줄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5단독부(판사 엄상문)는 장모씨가 신한은행을 상대로 낸 주택담보대출 근저당 설정비 반환소송 1심 판결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이번 원고승소 판결에서 장씨가 설정비를 부담하기로 개별 약정했다는 증거가 없고 관련법령을 종합할 때 설정비는 은행이 부담하는 것이 맞는데도 고객이 부담했으므로 부당이득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원고 측인 법무법인 태산은 지난달 추가 변론에서 소송인들의 대출약정서 원본과 개별약정 변경에 따른 금리결정 내부기준 등 추가 의견서를 제출했으며 ‘고객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개별약정을 자유의지로 선택한 사례가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무법인 태산의 이양구 변호사는 “이전의 집단소송에서는 원고 숫자가 많다 보니 증거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판결에서 진 것”이라며 “계약서상에 고객이 부담하도록 합의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없는 경우라면 은행이 부담하는 게 맞는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은행에 계약서 등 문서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라며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례로 접근한다면 고객이 이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주택담보대출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돌려달라며 은행 고객들이 국민은행ㆍ기업은행ㆍ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는 모두 원고가 패소했다. 약관은 불공정하더라도 고객이 개별약정을 선택한 것은 자유의지라는 게 판결의 요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