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마샤오춘의 조언

제1보(1~18)


삼성화재배에서 이세돌에게 패한 구리가 다음으로 눈독을 들인 기전은 후지쯔배였다. 본선 1회전의 상대는 유럽 대표로 나온 카타린초단이었다. 구리의 무난한 불계승. 다음에 만난 상대는 세계랭킹 1위 이창호였다. 이창호가 초면은 아니었다. 8개월 전에 도요타덴소배에서 한 차례 격돌한 일이 있었다. 비록 구리가 지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잘둔 바둑이었다. 종반 끝내기에서 실수로 역전패를 당한 것이었다. “힘으로 밀어붙여. 여건만 조성되면 가차없이 공격하는 거야. 이창호가 제일 겁내는 게 바로 공격당하는 것이니까.” 감독인 마샤오춘의 조언이었다. 지난 날 바로 이창호 때문에 숱한 좌절을 겪은 마샤오춘은 이창호에 대한 원한이 골수에 사무친 사람. 그의 조언이 아니라도 구리는 공격적으로, 힘바둑으로 밀어붙일 작정이었다. 이창호가 5로 높은굳힘을 하자 구리는 생각에 잠겼다. 상식적으로 두자면 가의 갈라침인데 어쩐지 상대의 주문에 순응하는 것 같아 내키지 않았다. 5분을 생각하고 6으로 전개했다. 흑7은 구리가 예측했던 그대로였다. 실리의 요소인 이곳을 이창호가 지나칠 리가 없다고 여겼던 것이다. 계속해서 백8로 3연성. 세력바둑을 두겠다는 것이 아니라 유리한 여건에서 전투를 치르겠다는 작전이었다. 백12로 걸친 것은 타이밍 좋은 응수타진이다. 참고도의 흑1로 받아주면 백2로 협공하고 백10까지 정말로 웅장한 세력을 펴볼 심산이었다. 이창호는 아예 13으로 실리를 차지했고 이렇게 되면 백14의 협공은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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