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코스닥 이대론 안된다] 2. 난무하는 작전·추락하는 신뢰

'비뚤어진 머니게임'에 대주주·경영진도 가세"조사를 강화해도 주가조작이 끊이지 않는 것은 돈을 벌기 때문이죠. 이렇게 작전세력이 일년에 코스닥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어림잡아 최소 1조원은 넘을 것입니다. 피해자는 대부분 순진한 개인투자자들입니다." 작전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는 D증권사 K과장의 이야기는 코스닥시장에 작전세력이 얼마나 횡행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작전뿐만 아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등록기업 임직원들이 미리 회사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얻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여기다 M&A를 한다며 이른바 '금융기술자'들이 달라붙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고난도 기법으로 코스닥시장의 돈을 훑어간다. 코스닥이 일반투자자들은 불리하고 대주주와 작전세력이 유리한 불공정시장이 돼버렸고 그 결과 신뢰성은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불공정매매를 사전에 철저히 차단하고 사후에는 강력한 제재조치를 가해 코스닥시장이 건전하고 신뢰받는 시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불공정 매매의 환부를 제대로 도려내 새살이 돋아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 작전의 천국 코스닥 "코스닥 종목의 상당수는 임자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IR대행사의 C이사는 코스닥시장은 작전의 천국이라고 말했다. IR뿐만 아니라 고객기업의 주가관리도 해준다는 C이사는 펀드매니저까지 끌어들여 주가부양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발생한 델타정보통신 사건이나 에이디칩스ㆍ솔빛텔레콤 등의 검찰고발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거래소시장에도 시세조종이 있지만 코스닥시장이 더 극성인 것은 상당수 기업들이 시가총액이 작아 20억~30억원만 있으면 작전이 가능하고 대주주나 경영진들도 직접 가담하기 때문이다. ▶ 내부자거래도 횡행 최대주주 등이 회사의 고급정보를 악용해 돈을 챙기는 내부자거래도 코스닥시장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지난 7월25일 이코인 위장지분 사건 등으로 투자심리가 급랭하던 시점에 소예 대표이사의 내부자거래 사건이 터졌다. 이 회사 사장은 2000년 모 회사와 투자계약을 체결하기 전 주가급등을 기대하고 차명계좌로 1만3,000주로 매수해 무려 9억2,000만여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 또 올 8월28일에는 에이디칩스의 전 부사장 이모씨가 미국특허 사실을 미리 알고 2만600주를 매수해 2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코스닥시장에서 매년 이 같은 비뚤어진 내부자들이 시세차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한 액수만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온다. ▶ M&A는 곧 머니게임 M&A를 이용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거나 경영권을 이용해 회삿돈을 빼가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사채업자 등으로부터 돈을 빌려 회사를 인수한 뒤 인수회사의 주식ㆍ예금을 담보로 대출받거나 가지급금 형태로 회삿돈을 빼내 인수자금을 갚는 '무자본 M&A'란 신종기법이 성행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최근 최대주주가 다시 바뀐 H사의 경우 C모씨가 280만여주를 140억여원에 인수했으나 자기 돈은 거의 들이지 않았다. 인수대금의 절반이 넘는 77억원은 전 대표이사(대주주)가 회사 정기예금을 담보로 차입한 것을 넘겨받았으며 나머지는 상호저축은행에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충당했다. 5월 S사, 7월에 T사를 인수한 G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 같은 사실이 제대로 공시되지 않거나 대주주가 인수지분을 몰래 팔고 잠적하는 경우도 많아 투자자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카리스소프트는 전 대주주가 회삿돈을 맘대로 빼 쓰다가 뒤늦게 발각돼 불성실 공시로 퇴출위기에 몰렸다. 또 대주주가 빌린 돈으로 지분을 인수한 후 장내에서 주식을 몰래 팔고 잠적한 일도 올들어 8건이 발생했다. 이필호 신흥증권 부장은 "코스닥시장은 기업들이 이자 없는 자금을 조달하고 돈 없는 근로자들은 주식투자를 통해 자본이득을 얻는 교과서적인 긍정적 기능보다는 온갖 불공정거래가 난무하는 역기능이 더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규진기자 우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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