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브라질] 경제치료 `월가에 부탁'

세계 금융계의 메카를 자처하는 월가 맨들이 마침내 중남미 경제대국인 브라질의 금융정책권을 한손에 거머쥐게 됐다.이에따라 브라질은 미국 등 선진국이 요구하던 개혁정책을 더욱 가속화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추가적인 구제금융 지원도 조기에 이루어질 전망이다. 브라질 정부는 2일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인 퀀텀 펀드의 펀드 매니저로 활약해왔던 프라가 네투를 중앙은행 총재로 지명한데 이어 골드만 삭스의 이머징 마켓 분석가인 파올로 라메를 중앙은행 국제담당 이사로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말란 재무장관이 밝혔듯이 정부는 앞으로 중앙은행 이사진을 전면 개편, 월가와 깊숙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제통을 전진 배치할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 정부가 불과 3주만에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하는 등 극약 처방을 단행한 것은 극심한 금융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외적인 신인도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월가 출신인사들은 가장 적임자일 수 밖에 없으며 투자자들이나 미 재무부 등 국제사회도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마갈하에스 브라질 상원 의장은 『신임 총재가 투기꾼들의 행태를 잘 이해하고 있어 투기꾼들의 범죄적 행동을 중단시킬 능력이 있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지를 표시했다. 이같은 기대감을 반영, 레알화는 이날 전일의 1.92에서 1.74레알로 폭등했으며 보페스파 주가지수도 1.8% 하락하는데 그치는 등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나타냈다. 국제금융계에선 이번 인사를 계기로 IMF의 2차 구제금융(9억달러) 제공이 당초 예정보다 훨씬 앞당겨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앙은행장이 IMF와 브라질 정부의 본격적인 협상을 앞둔 시점에서 교체된 점이나 최근 조지 소르스 퀀텀 펀드 회장의 발언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인사에 IMF 및 미 재무부의 입김이 깊숙히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IMF의 2인자인 스탠리 피셔 수석부총재가 직접 브라질로 날아간 것도 사실상 구제금융 협약에 서명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카르도수 대통령은 앞으로 시장지향적인 인물들을 내세워 추가적인 재정적자 축소, 대폭적인 금리 인상 등 IMF 특유의 처방인 「고금리 긴축정책」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브라질의 고금리 대책을 강도높게 비판하던 소로스가 1일 레알화의 통화가치가 높게 책정됐다고 언급한 직후 경질인사가 단행돼 국제금융계의 눈총을 사고 있다. 국제금융계가 또다시 투기세력의 책동에 춤을 춘다는 얘기다. 【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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