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 1년 이렇게 넘는다] 도시생활 10년 청산 귀농

『농촌은 도시에서 실패한 사람들의 피난처가 아닙니다. 진정으로 농촌을 사랑하고 흙에 묻혀 살수 있는 사람만이 정착할수 있습니다』농촌에서 태어나 10년동안의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지난해말 고향인 경기도 양평군 오빈리에 정착한 새내기 농민 임종민(林鍾玟·34)씨는 무분별한 귀농에 따끔한 충고를 했다. 자신도 아직 완전히 농촌에 뿌리내렸다고 할 수 없다는 林씨는 『IMF때문에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에 돌아왔지만 지금 생각하면 IMF가 오히려 약이 됐다』고 말했다. 10년전 상경한 林씨는 동대문시장·성수동 등에서 이 공장 저 공장을 떠돌며 다림질 기술을 배워 2년전 대학로에 공장을 직접 차렸다. 그러나 불과 7개월만에 장사가 안돼 돈만 까먹고 문을 닫았다. 林씨는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귀향을 결심했다. 그러나 아내는 『고향에 돌아가야 땅도 없고 부모님도 돌아가셨는데 무얼먹고 살 것이냐』며 극구 반대했다. 아내의 만류를 무릅쓰고 지난해 12월 고향으로 내려온 林씨는 처음에는 막노농을 하다가 토끼농장을 하는 이웃사람의 권유로 관심을 갖게 됐다. 어려서부터 동물키우기를 좋아했으며 군시절에는 수족관에 대해 공부도 많이 해서 동물사육에는 자신이 있었다. 형님땅 450평을 빌려서 경량철골조 2동을 직접 지어 토끼장과 창고, 살림집을 마련했다. 투자한 돈은 모두 5,000만원. 농촌에서는 제법 큰 돈이다. 전세보증금·귀농자정착금으로 부족해 여기저기서 끌어모아 간신히 마련했다. 林씨는 토끼사육외에도 집부근에 있는 1,000여평의 땅에 고추·들깨·고구마·감자농사를 지었으며 현재는 김장배추·무를 심어 수확을 눈앞에 두고있다. 그는 지난 1년동안 미친듯이 농사일과 토끼사육에 매달렸다. 농촌출신이지만 농사일에는 초보자인 林씨를 보면서 동네사람들도 혀를 내둘렀다. 처음 해보는 농사인지라 몸이 이만저만 고된게 아니었다. 새벽부터 하루종일 일을 해도 끝이 없었다. 고생할 각오는 했지만 농사일이라는게 이렇게 힘들고 까다로운지 몰랐다. 지난 7월 새끼토끼 4마리가 태어났을 때 가장 기뻤다는 林씨는 『아내는 너무 기뻐서 눈물을 흘리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현재 사육하고 있는 토끼는 어미토끼 40마리, 새끼토끼 150마리 등 모두 190마리. 새끼토끼는 80~90일 기르면 출하가 가능하다. 가격은 마리당 8,000~1만원. 어미토끼가 300마리가 되는 내년 8월에는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한달에 1,000마리만 출하하면 사료값을 빼도 300만원 이상 수입을 올릴수 있다. 다음달부터 시험적으로 몇십마리를 내다 팔고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출하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지금 양토조합과 계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역식당에 광고전단을 돌리고 엑기스업자와도 상담을 벌이고 있다. 林씨는 『IMF로 위기에 몰린 우리농촌에 토끼사육은 가장 경쟁력이 있는 업종이다. 5년내에 직판장을 갖춘 대형 토끼농장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농사와 토끼사육으로 검게 그을린 林씨의 얼굴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어린 모습을 읽을수 있었다.【양평=연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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