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치솟는 청년 실업률·경제난에 결국 발목

■ 무르시 왜 무너졌나

'30년 장기독재'를 무너뜨린 이집트 최초의 민주정권이 불과 1년여 만에 실각한 근본적인 배경에는 치솟는 실업률이 자리하고 있다. '아랍의 봄' 이후 등장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은 사회개혁을 통한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지만 국가재건 과정에서 경제난이 오히려 가중되며 퇴출당하는 처지가 됐다.

4일 블룸버그통신ㆍ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주요 외신도 "이집트 소요의 가장 큰 원인은 당면한 청년 실업률과 경기침체"라고 입을 모았다. 이집트 실업률은 정부 통계를 기준으로 해도 1ㆍ4분기 13.2%에 이른다. 아랍의 봄 이전인 지난 2008년 2ㆍ4분기의 8.37%보다 더 악화된 것이다.


특히 이집트 민간연구소들은 30세 이하 청년 실업률이 60%에 달하는 등 실제 실업률은 정부 통계보다 더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2010년 이후 100만명가량의 이집트인이 직업을 잃었고 이 중 80%가 30세 이하로 추정된다. 무르시 대통령은 오는 2016년까지 실업률을 7% 이하로 끌어내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못했다. '자스민 혁명'을 전후로 두자릿수를 돌파한 실업률은 이후 1년여 동안 2%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현재 이집트인 5명 중 2명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등 빈곤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 5월에 나온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이집트 인구의 17%가 필요한 음식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5세 이하 유아동의 영양실조 비율도 2005년 23%에서 31%로 급증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한 48억달러의 구제금융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연료ㆍ빵값 등 보조금 중단이 전제돼 있어 국민적 합의를 얻어내기는커녕 '악순환'만 가중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장기 혼돈을 감내할 여유조차 없는 다급한 경제상황 때문에 군부의 신속한 개입이 용인됐다"며 "누가 권좌를 이어받더라도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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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난과 경제불안이 정권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이집트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 터키와 브라질 주요 신흥국에서도 경제 불만에서 비롯된 반체제 시위가 일었다. 터키의 실업률은 3월 기준 10.1%, 브라질 실업률은 5월 기준 5.8%에 달한다.

구미권도 청년 실업률 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4년부터 최대 80억유로를 투입해 청년 실업률이 25%를 넘는 지역을 지원한다고 최근 밝혔다. 청년 실업률은 3월 기준 스페인이 56%, 그리스가 59%에 달한다. 하지만 3일(현지시간) 청년실업 문제 해결 등을 위해 개최된 EU 정상회의는 현실적 대책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미국에서도 정규직을 갖지 못한 25세 이하 젊은이 숫자가 1,000만명을 돌파하며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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