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美언론의 '영웅 만들기'

며칠 전 미국의 경주마 ‘바바로(Barbaro)’가 안락사 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국내에 전해졌다. 대부분의 국내 언론은 280억짜리 경주마가 다리를 다쳐 수술까지 받았지만 결국은 안락사 했다는 정도의 비중으로만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현지에서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신문들이 말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설을 싣는가 하면 장지가 어디로 결정될 것인지까지 관심을 갖고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이 말 한 마리의 죽음을 이처럼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바로는 지난 2006년 켄터키더비에서 우승한 명마다. 켄터키더비는 15만명이 넘는 관객이 몰리는 미국 최고의 경마대회다. 바바로는 이 대회 우승을 포함, 경마대회에 참가한 후 6연속 우승을 거머쥔 명마 중의 명마였다. 켄터키더비 등 미국의 3대 메이저 경마대회에서 우승한 말에게만 주어지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명마였다. 때문에 바바로를 잃은 미국인들의 추모 열기와 함께 언론들도 명마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국 언론의 과장적인 영웅 만들기가 다시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마음이 든다. 미국은 유난히 영웅 만들기를 좋아하는 나라다. 전쟁 영웅을 미화하는 것도 모자라 할리우드에서는 ‘영웅주의’ 색채가 강한 영화를 주기적으로 생산해낸다. ‘슈퍼맨’ 이나 ‘인디펜던스데이’ ‘에어포스원’ ‘아마겟돈’ 등이 대표적인 예다.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로 불리는 야구나 미식축구ㆍ아이스하키 등에서도 영웅 만들기는 예외가 아니다. 언론 등 미디어를 통해 영웅은 계속 확대 재생산되고 대중은 이를 통해 대리 만족과 함께 안도감을 느끼도록 세뇌된다. 미 언론은 이라크 전쟁 같은 국익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자국 중심의 보도자세를 취하고 있다. 언론이 어느 정도는 자국 시각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도 정도가 지나치다. 미 언론에서는 이라크에서 죽은 미군의 숫자는 집계해도 무고한 이라크 시민과 어린이들의 참상에 대해서는 찾아볼 수 없다. 또 미국의 확장 정책에 반대하는 제 3세계 국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미 언론이 이라크에서만은 ‘영웅’을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관련기사



김정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