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반발, 그리고 도발

제 3보(48~62)


이 바둑은 얼마 후에 송아지삼총사(최철한, 박영훈, 원성진)의 집중검토회를 거치게 되었다. 그 검토회 석상에서 최철한이 흑55를 둔 심정을 말했다. “별로 싸우고 싶지 않더라고. 구리의 힘이 너무 좋잖아.” 싸운다면 참고도1의 흑1로 차단해야 한다. 흑9까지인데 이 코스가 실전보다 낫다는 보장은 없다. 한중천원전에서 구리의 힘을 톡톡히 경험한 최철한은 일단 싸움을 피하고 외세를 쌓는 선에서 타협했다. “사실 이 정도로 괜찮다고 봤어. 그리고 언젠가는 싸움이 붙을 텐데 미리 서두를 필요도 없잖아.” 심중에 구리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이 있었다는 얘기로도 들렸다. 최철한이 말한 ‘언젠가는’이 곧 현실로 다가왔다. 구리가 60으로 씌우자 최철한도 더이상 싸움을 미룰 수가 없게 되었다. 공손하게 두자면 참고도2의 흑1로 받는 것인데 그것은 백2로 눌린 후에 백4로 실속을 파먹히게 된다. 프로라면 이렇게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흑61은 최강의 반발이고 백62로 집어넣은 수 역시 최강의 도발이다. “구리 녀석. 겁이라곤 도무지 없어요.” 농심배와 통췐배에서 계속 구리에게 진 원성진이 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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