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5일] 보험사의 '묻지마 보험료'

물에 얼음을 넣어 파는 구멍가게가 있다. 도매업체가 물값을 20% 내리는 대신 얼음값은 20% 올렸다. 그러자 구멍가게 주인은 “얼음 값이 올랐다”며 물과 얼음 값을 각각 20%씩 올렸다. 가게에서 물만 사거나, 얼음이 적은 얼음물을 사면 바가지를 쓰는 셈이다. 물값이 내려가면 물값을 내리고, 얼음값이 오르면 얼음값을 올리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가게 주인은 ‘나만 손해 안 보면 된다’는 입장이다. 본지가 ‘묻지마 보험료 천국’ 기획기사를 통해 “생명보험 회사들이 사망위험률을 부풀리거나 줄여 매년 1조원가량의 위험률 차익을 챙겼다”고 보도했다. 사망률이 매년 20%씩 급락하는 상황에서 생보사들은 7~8년 전의 높은 사망률 통계를 사용해가며 보험료를 부풀렸다. 생보사들은 “사망률이 하락한 것은 맞지만 질병 등이 늘면서 생존위험률이 높아졌다”고 항의했다. “생존위험률(질병률)만 높일 수 없어 사망위험률(사망률)까지 높였다”는 주장이다. “회사가 뭘 올리든 손해가 안 나야 되고, 생존위험률을 높이든 사망위험률을 올리든 결국 보험료가 올라가는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자동차 회사가 철판값이 올랐다고 철판값을 높이든 타이어 값을 높이든 차값은 올라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철판값이 올랐다고 타이어값을 올리면 타이어만 사는 고객은 바가지를 쓴다. 보험은 보장되는 내용에 따라 사망보장과 생존보장 보험료를 각각 계산한다. 생존위험률이 높아졌다고 사망위험률까지 올리면 사망보장 보험료를 내는 고객은 과잉 비용을 부담하는 셈이다. 생보사 가입자들은 지난해 75조원의 보험료를 냈다. 누적 보험료는 수백 조원에 달한다. 생보사들은 “보험료는 복잡하고 어렵다. 우리가 알아서 잘 계산한다. 묻지 말라”는 삼단논법으로 치외법권을 요구한다. 감독 당국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겨둔 채 ‘보험판매 현황ㆍ계약자 유의사항’ 등을 홍보할 뿐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내팽개친 보험료의 적정성 관리 감독은 권리가 아닌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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