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브릭스, 이집트 끌어들여 판 키운다

■ 정상회의 개막<br>달러화 기축통화 견제 위해 자체 개발은행 설립<br>자국 성장 벅차 새 경제공동체 미래는 불투명<br>중국ㆍ브라질, 33조원 규모 통화 스와프 체결


브릭스(BRICS,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가 새로운 글로벌 경제의 파워 집단으로 부상하기 위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북아프리카 경제의 중심인 이집트 가입을 추진해 외형을 확대하고 달러화 기축통화 체제를 깨기 위한 브릭스판 세계은행을 설립한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침체로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는 브릭스 국가들이 실질적인 경제협력을 통해 새로운 경제공동체로 성장할지는 미지수다.


브릭스 정상회의가 26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만모한 싱 인도 총리,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남아공 더반에서 개막했다.

5차 정상회의인 이번 회의는 시작 전부터 브릭스의 세력확장이 관심을 끌었다. 신화통신은 21일 인도를 방문 중이던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브릭스 가입의사를 밝히며 이번 회의에서 이집트의 브릭스 가입이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이집트가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잇는 지리적ㆍ경제적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집트가 가입할 경우 회의명을 E-BRICS로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자본금 500억달러 규모의 브릭스개발은행 설립 합의 여부도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과연 브릭스개발은행이 여전히 제한적인 브릭스 국가의 상호투자를 확대하고 여타 신흥국가와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경제공동체로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브릭스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짐 오닐 골드만삭스 회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브릭스개발은행은 브릭스가 정치적 그룹으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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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외환위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브릭스 외환준비 풀(pool)을 설립하고 브릭스 싱크탱크 컨소시엄, 브릭스기업인위원회 설립 등을 위한 선언과 행동계획도 합의할 것으로 예정된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경제뿐 아니라 시리아와 이란 등 중동을 비롯한 국제정치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브릭스 경제공동체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릭스가 4조4,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과 2,820억달러의 교역규모를 자랑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에 성장률이 둔화되며 브릭스 국가들이 자국의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데도 급급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브라질은 핫머니 유입규제로 외자가 감소하고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0.9%에 그쳤으며 러시아는 5분기째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인도도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0년 만의 최저 수준인 5%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남아공은 유로존 위기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13년 만에 최저 수준인 7.8%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서 브릭스를 주도하는 중국은 브릭스 경제공동체의 미래를 아프리카에 걸고 있다. 브릭스개발은행을 설립해 각국의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고 개발사업에 중국 기업들이 뛰어들어 경제를 일으켜 다시 소비시장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전략이다.

탄자니아에서 200억달러의 차관과 3만여명의 인재육성을 약속했던 시 주석은 26일 주마 남아공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브릭스 정상들과 연이어 개별회담을 열고 아프리카 19개국 정상과도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케리 브라운 시드니대 중국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시 주석의 아프리카 방문은 정치와 비즈니스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정치군사적) 동맹국을 만들고 투자를 위한 거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탄자니아어로 인사하고 아프리카의 존엄과 자주성을 강조하는 등의 친아프리카 행보가 "중국의 자원외교는 신식민지"라는 서방의 비판에 대한 반격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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