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권말의 그린벨트 흔들기(사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의 뼈대가 흔들리고 있다. 개발제한 규제를 전에 없이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린벨트 유지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건설교통부의 규제완화안은 파격적이다. 기존 주택을 90평까지 증개축할 수 있도록 한데다가 결혼한 자녀의 분가용으로 30평을 따로 신축할 수 있도록 했다. 도서관, 슈퍼마켓, 병·의원, 은행 등 생활편의 시설과 체육관, 테니스장, 수영장 등 체육시설의 설치를 허용했다. 사립고, 새마을금고, 공동주차장, 농축산물 공판장도 설치가 가능해졌다. 축사 콩나물 재배시설에 특례 규정까지 두었다. 72년 그린벨트 제도가 도입된이래 46차례나 규제완화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실질적으로 안되는 것없이 풀어 제쳤다. 그린벨트 정책의 사실상 포기나 다름없어 보인다. 건교부는 그린벨트의 기본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유재산권이 제약을 받고 있는 주민의 생활불편 해소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명분찾기 말장난에 불과하다. 골격 유지가 아니라 골격의 바탕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주민생활 편의를 위한 논리로 친다면 그린벨트는 애초부터 성립될 수 없다. 그린벨트가 그나마 지켜질 수 있었던 것은 주민의 고통보다 더 큰 보편적인 당위성과 필요 때문이다. 보존의지가 한번 무너지면 기대심리가 가세하여 걷잡을 수 없이 되게마련이다. 둑을 무너뜨리는 빗장이 열린 꼴이다. 더욱이 대통령 선거철과 맞물려 있다. 선거 선심성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선거철이면 공약의 단골메뉴로 그린벨트가 도마위에 오르게 마련인데 정부가 앞장서 선심을 베풀었다. 더하여 기대심리를 부풀려 더 많은 민원과 공약의 남발을 부추긴 것이다. 적은표를 얻고 많은표를 잃을 수 있다. 우려되는 것은 부동산 투기의 촉발과 환경훼손이다. 과거 투기 바람의 진원이 그린벨트 완화였음을 되새겨 봐야한다. 이미 준농림지를 중심으로 전원주택단지 바람이 불고있다. 그린벨트 주변도 인기지역으로 꼽혀왔다. 여기에 파격적인 그린벨트 완화가 또 하나의 투기 불씨를 던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정책과 맞물려 개발제한구역은 개발촉진지역이 될 가능성이 없지않다. 도시 주변에 무분별하게 늘어선 음식점촌, 레저시설, 호화 빌라촌이 잘 보여준 증거다. 이는 환경훼손으로 이어진다. 도시의 허파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그린벨트의 목적과 역할을 잃게된다. 어떻게 보존해온 그린벨트인데, 문민정부가 앞장서 무너뜨리고 있다. 그것도 몇개월 남지 않은 때에 가장잘된 정책을 실패작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정권말기 현상의 하나인지 모르나 잘못된 정책은 재고하는게 옳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