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전은 사기업(?)

두자릿수 전기요금 인상강행에 이어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4조4,000억원 규모의 소송의사를 밝힌 한국전력이 이번에는 누진제 개편안을 들고나왔다. 지난 8월 전기요금 4.9% 인상 이후 전기료 폭탄을 맞은 집들이 많기 때문이다. 폭염에 에어컨 등을 많이 쓴 결과다.

물론 여러 언론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억울했는지, 아니면 국민을 위해서였는지 한전은 누진제를 개편하겠다는 뜻이 담긴 보도자료를 7일 기자들에게 보내왔다.

지나치게 넓고 폭(6단계, 부과요금 최대 11.7배 차이)이 큰 누진제를 3단계, 3배로 간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전기료를 많이 쓰는 국민들은 환영할 만한 얘기다.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하면 내는 요금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혜택이 정말 일부의 가구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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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기준으로만 보면 전체 가구의 87%에 해당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누진제가 바뀌면 전기요금을 더 내야 한다. 한전은 누진제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 일부 민원을 줄인다"고 포장했지만 상당수의 국민들에게 부담을 전가해 일부의 불만을 없애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이러다 보니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조차 한전에 등을 돌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무엇보다 정부의 반감이 너무 커지고 있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한전이 나가도 너무 나가는 것 같다"고 했다. 전기요금에 관한 한 정부 또한 할 말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소송부터 누진제 개편에 이르는 일련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누진제 변경은 일부 고객의 피해를 다른 고객에게 전가하는 전형적인 사(私)기업의 행태다. 회사는 아무런 부담을 하지 않고 그저 말없는 다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일반 기업이 이렇게 일하는 것은 뭐라 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주식회사인 기업들의 절대 목표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한전은 주요 주주가 정부인 엄연한 국민의 기업이다. 상장사인만큼 소액주주들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한전 주식 51%를 갖고 있다. 언제쯤 한전이 주주(국민)를 위하는 일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을까.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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