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서 소개해볼까 한다. 16~17세기 해상무역 시대에 사용되던 배는 범선이 전부였다. 보통 2~3개월이 걸리는 항해였는데 무역풍을 이용해서 시간과 경비를 앞당겼다. 그런데 이 범선은 아주 가벼운 미풍이나 심지어는 역풍이 불어도 앞으로 나갈 수가 있지만 어쩌다 대양의 한가운데서 무풍지대를 만나면 그 자리에서 꼼짝을 못했다고 한다. 아니 꼼짝 정도가 아니라 조류에 휩쓸려 전혀 엉뚱한 곳까지 흘러가기도 했다.
배 안에는 속력을 올리기 위해 항해 기간 중 꼭 필요한 양의 물과 식량만을 싣는데 항해 기간이 길어지면 식량과 물이 떨어져 선원들이 죽고 만다. 그래서 무풍지대에 들어서면 선장 이하 전선원은 범선을 보트에 줄로 묶어 조류로부터 벗어나지 않도록 범선을 끌고 갔다. 이때 배를 끄는 보트와 노는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재질이 가벼운 미루나무로 만들었다. 요리사를 제외한 전선원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주먹밥을 바닷물에 담가 먹어가며 바람이 부는 그곳까지 배를 끌고 간다. 생각해보라.
화물이 가득 실린 배를 작은 보트로 끌고 가는 선원들의 고생을. 당시의 선원들에게는 바로 그 순간이 가장 어렵고 힘든 때였을 것이다. 그래서 '미루나무 바람탄다'는 말은 지금 어려운 입장이라도 조금만 참고 견디자는 스스로의 위로가 담긴 격려였다.
이 이야기는 어느 항구의 작은 가게에서 일하던 소년 바우딧치가 너무 힘들어서 구석에서 울고 있을 때 이를 본 한 선장이 들려준 것이다. 초등학교 중퇴자였던 바우딧치는 그 이후 용기를 내어 평소에 흥미 있었던 수학을 독학했고 훗날 선장이 됐다. 특히 당시에는 별자리를 보며 항해했는데 바우딧치는 별자리를 보지 않고 본인의 산식과 계산만으로 항해를 완수해 유명해졌다. 그는 나중에 자신의 바닷길 계산법을 발전시켜서 하버드대학의 수학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국제 정치·경제 환경이 요동치면서 국내 경제도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중소기업인들과 젊은이들의 희망도 가물거리고 있다. 하지만 겨울을 견딘 자만이 봄을 맞이할 수 있으며 여명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무풍지대 한가운데서 움직이지 못할 때라도 조금만 더 노를 저어가면 바람이 불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주저앉으면 우리는 영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조류에 떠다니는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모두 힘을 합쳐 미루나무 바람을 탈 때가 아닐까.
마침 어려운 가운데서도 화롯불의 불씨처럼 무언가 우리 공동체의 밑바닥에서 다시 잘해보자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창업열기도 조금씩 살아나고 주요국의 제조업 호전에 힘입어 수출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도 정부3.0을 통해 부처 간 협업시스템을 가동해 창업·기술사업화는 물론 중소·중견기업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제 곧 큰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다 같이 조금만 더 참고 미루나무 바람 타기에 동참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