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구촌 경제인]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

「미디어의 황제」로 불리는 루퍼트 머독 뉴스 코퍼레이션 회장(67·사진)이 숨가쁘게 달려왔던 영토 확장전략의 고삐를 마침내 늦췄다. 그는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당분간 대대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지 않을 방침』이라면서 「안정 경영」전략을 선언, 주위를 놀라게 만들었다. 미디어계의 불가사리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끊임없이 사업 확대에만 열을 올리던 그로선 일단 자신의 경영전략을 정반대로 바꾼 셈이다. 아무도 꺾지 못했던 머독의 옹고집을 뒤흔들어놓은 계기는 무엇보다 안팎의 경영여건 악화에 있었다. 특히 머독의 퇴진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월가에선 회사의 장래가 불확실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머독은 요즘 『세계적인 경제침체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극히 비관적인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그가 역점을 두고있던 아시아시장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있는 현실이 앞날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머독은 최근 현금을 은행에 예치해놓고 극히 일부만 채권에 투자하는가 하면 단기채를 중·장기채로 전환하는 등 회사의 부채구조 재조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가 어렵사리 추진했던 폭스 엔터테인먼트그룹의 주식상장도 뉴욕 증시 침체로 벽에 부딪힌 상태다. 당초 목표했던 30억달러의 증시조달 자금이 크게 못미칠 전망이고 상장시점도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서 조달된 자금을 M&A의 실탄으로 삼겠다던 그의 야심이 좌절된 것이다. 각국 정부가 규제라는 무기를 동원해 갈수록 그의 목을 옥죄고 있는 현실도 큰 부담이다. 미 법무부가 지난 5월 위성방송 프라임 스타와 아메리칸 스카이방송의 합병계획이 반(反)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제소한데 이어 유럽도 그의 TV사업 확장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머독은 『사회주의는 아직 죽은 게 아니라 여전히 살아있다』며 정면으로 비난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도 지금은 오히려 수성(守城)에 치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그를 대체할만한 마땅한 후계자가 부각되지 않는데다 자금을 빌려 온통 M&A에 투입하느라 회사의 재무구조도 그다지 좋지않기 때문이다. 머독은 몇차례 그의 장남인 라클란(27)을 머독제국의 차기 황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카리스마적인 위상을 굳혀놓고 있는 머독의 뒤를 이어받기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편 머독은 지난 1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성공비결에 대해 『기존 체제의 규칙을 과감히 깨뜨렸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포천지도 최신호에서 그가 관행을 무시하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 경쟁자와 전쟁을 벌였던 게 오늘의 머독을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제 머독은 사업의 세계에서 원맨쇼를 멈추고 월가와 주주들에게 눈길을 돌려 수익구조에 신경쓰는 차분한 사업가로 돌아간 셈이다. 【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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