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무림P&P 울산공장 가보니…

생산 부산물로 벙커C유 대체… 스팀 재활용, 전력비 줄이고…

"품질·원가·친환경 다 잡았죠"

18일 울산시 울주군 무림P&P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시속 90㎞로 가동되는 초지기를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무림P&P

국내 유일 펄프·제지공정 일관화… 공장 규모만 여의도 면적 5분의1

2~3년 내 전용부두까지 갖춰


초지기·포장라인 등 효율성 최고… "고부가 전략, 글로벌 기업으로"


18일 찾은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무림P&P 제지 공장 내부. 크레인을 따라 이동하는 직경 3.8m에 달하는 거대한 종이롤이 시선을 사로 잡았다. 폭 8.7m, 분당 1,600m의 속도로 움직이는 생산라인에서는 펄프가 분사되면 초지라고 불리는 종이의 1차 형태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생산된 초지는 코팅 기계를 거쳐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도공지로 가공된다. 이어 '슈퍼캘린더'라 불리는 일종의 다림질 기계로 들어가 반듯하게 펴지면서 상품으로서 가치가 올라간다. 모든 공정을 마치고 황토색 포장지로 감싼 종이 완제품 중 절반은 부산항으로 옮겨져 수출선 컨테이너에 실린다. 나머지는 인쇄 수요가 몰려 있는 수도권으로 떠나는 대형 트럭 위에 실린다.

국내 2위 제지업체인 무림그룹 주력 계열사인 무림P&P는 지난 2008년 인수한 동해펄프가 모태다. 2009년 일관화 공장 기공식과 함께 펄프와 종이 생산을 주력으로 한다는 뜻에서 무림P&P로 사명을 바꿨다. 지난 2011년 5월 본격적인 공장 가동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무림P&P는 연간 45만톤의 펄프와 55만톤의 제지를 생산하고 있다.


공장 규모만 59만 5,000㎡(약 18만평)으로 여의도 면적의 5분의 1에 달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펄프 공정과 제지 공정을 함께 갖춘 일관화시스템이 강점이다. 해외 글로벌 제지업체 대부분은 펄프 공장과 종이 공장이 연결된 일관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관련기사



이형수 공장장은 "국내 제지산업은 장기 불황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내 유일의 펄프·제지 일관화 시스템을 갖춘 무림P&P는 안정적인 펄프 공급과 최고급 제지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무림P&P 해외 수출은 지난 2012년 약 23만5,000톤에서 올해는 35만5,000톤(추정치)으로 약 1.5배 늘어났다. 특히 중동 지역은 같은 기간 2배나 늘어나는 등 수출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무림P&P 울산공장은 생산설비와 공장규모부터 남다르다. 총 18만평에 이르는 공장내 야적장에는 펄프 원료인 목재칩이 산처럼 쌓여있어 장관을 이룬다. 목재칩은 뜨거운 물과 혼합돼 마치 하얀 죽처럼 보이는 슬러리 펄프가 됐다가 초지를 거쳐 거대한 종이로 변신한다. 초지기에서 포장 라인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이 627m의 굴곡 없는 선형 구조로 만들어져 효율성 측면이나 규모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 공장장은 "초지기는 폭이 4차선 도로 너비와 비슷한데, 종이가 시속 90㎞로 달리는 자동차와 맞먹는 속도로 가동되면서 연간 약 55만톤의 종이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림P&P 일관화 공장의 강점은 건조된 수입 펄프가 아닌 생(生) 펄프를 사용, 종이의 강도나 품질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목재칩에서 펄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흑액을 종이 공장을 돌리는데 필요한 벙커C유를 대신해 사용함으로써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도 종이를 생산할 수 있다. 종이를 건조하기 위해 필요한 벙커C유를 흑액으로 대체함으로써 약 15%의 원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화석연료가 아닌 바이오매스의 일종인 흑액을 사용한 결과 연간 14만5,000톤의 이산화탄소 발생이 절감됐고, 정부로부터 국내 유일의 저탄소 종이로 인증도 받았다. 또 펄프 공장에서 목재칩을 끓이는 과정에서 나오는 스팀을 공정에서 재활용함으로써 연간 500억원에 달하는 전력 비용도 줄이고 있다. 품질· 원가·환경 경쟁력까지 모두 갖춘 '1석 3조'의 일관화 공장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무림P&P 울산공장은 2~3년 이내 전용 부두까지 갖추면서 경쟁력을 높이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오는 2016년까지 울산 북항에 990만 배럴, 남항에 2020년까지 1,850만 배럴 등 모두 2,840만 배럴의 상업용 석유 및 원유 저장시설을 건설해 세계 4대 오일허브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공장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무림P&P 공장 앞 바다에 방파제가 생기면서 전용 부두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며 "지금까지는 울산 신항에서 목재칩을 싣고 오지만, 전용 부두를 통해 컨베이어 벨트로 연결되면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최초의 일관화 공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갖춘 무림P&P는 동남아·남미·아프리카 등 신흥국 시장은 물론 고부가가치 제품을 무기로 유럽과 북미 등 선진국 시장으로 진출해 글로벌 펄프·제지 전문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