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유럽의 병자’에서 ‘유럽의 성장엔진’으로 환골탈태했다. 2차 세계대전 후 잿더미 속에서 ‘라인강의 기적’을 이뤘던 독일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과도한 복지정책과 강성 노조로 인한 저성장ㆍ고실업의 늪에서 헤어나와 ‘제2의 경제기적’을 일으켰다. 독일 경제의 성장속도는 한때 모델로 삼았던 미국 경제보다 빠르다. 독일이 통일 후 10여년에 걸친 장기 불황을 극복하고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는 전략과 이를 실천하는 정치권의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그 중심에는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앙겔라 메르켈이 있다. 그는 여야 정치권을 아우르는 화합형 리더십에 강력한 추진력을 겸비, 재임 1년여 만에 독일 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메르켈은 지난 2005년 11월 자신이 이끄는 기민당과 중도 좌파인 사민당 연립정권의 수장에 올랐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임 총리 때 입안된 ‘어젠다 2010’ 개혁정책을 이어받아 독일의 고질병 치유에 착수했다. 어젠다 2010의 핵심은 노동시장의 대수술에 있다. 손쉬운 고용과 해고를 통해 노동의 유연성을 확대함으로써 노동의 주도권을 기업에 넘겨줬다. 그는 연립정권 총리라는 한계를 넘어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과 공공 부문의 민영화, 기업규제 완화 정책 등을 강력하게 추진, ‘독일의 대처’라는 별명을 얻었다. 메르켈 총리의 개혁작업은 기업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확충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2005년 0.9%에 그쳤던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은 2006년 2.7%로 상승했다. 독일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실업률은 2006년 9.8%를 기록, 2002년 이후 4년 만에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도 2005년 1%에서 2006년 5.8%로 높아졌다. 수출도 크게 늘어 1조1,120억달러를 기록, 3년째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한 구조조정과 복지축소, 일관된 정책을 통해 실업률 해소에 나선 것이 수출증가→투자확대→고용증대→소득증가→소비확대라는 경제 선순환의 밑거름이 됐다. 파이낸셜타임스지는 최근 ‘독일이 왜 다시 유럽의 성장엔진이 되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독일은 강력한 경제 구조조정을 통해 94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프랑스의 경제성장률을 앞질렀다”며 “이웃 국가인 프랑스의 대선 후보들이 독일의 경쟁력을 배우자고 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경제 개혁의 정점은 기업 경쟁력 강화에 날개를 달아줄 세제 개혁이 될 전망이다. 독일 정부는 오는 2008년까지 기업 법인세율을 30% 이내로 떨어뜨려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경제성장의 과실은 근로자들에게도 돌아가고 있다. 340만명의 노조원을 확보한 독일 최대 산별노조 금속노조(IG메탈)는 4일(현지시간) 20시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임금인상에 합의했다. 올해 4.1% 인상하고 1년 뒤에 다시 1.7% 추가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이 임금인상률은 9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물론 이 같은 높은 임금인상은 독일 경제가 지속적인 호조를 보이고 고용시장 여건이 개선돼 노동자들에게 더 줄 파이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에 대한 자신감은 외교ㆍ군사 등 대외정책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독일은 올해 처음으로 유럽연합(EU) 및 서방선진8개국(G8) 의장국가를 맡았다. 메르켈 총리는 각종 국제현안에 있어 EU뿐만 아니라 독일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시사잡지 뉴스위크는 최근호(14일자)에서 “메르켈 총리가 집권 이후 독일의 제2의 경제기적을 이끌고 있다”며 “미국은 물론 유럽 국가들과 두루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