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승강기산업의 식민지화

국내 승강기산업의 식민지 현상이 심화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승강기 부품ㆍ완제품 제조 및 보수 부문에서 대부분의 국내 토종 업체들은 이미 경쟁력을 잃은 채 덤핑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향후 5년 안에 보수용 부품과 완제품을 지금보다 2~4배 비싼 가격에 수입해야 하는 완전 소비국으로 전락, 국민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 가동되는 승강기는 32만여대로 세계 9위, 매년 새로 설치되는 승강기는 2만5,000여대로 세계 5위 수준이다. 매년 새로 설치하거나 보수에 쓰는 돈이 2조원을 넘는다. 하지만 국내 승강기 제조ㆍ보수산업은 이미 국내 대기업들을 인수합병한 미국(오티스)ㆍ유럽(티센크루프ㆍ쉰들러ㆍ꼬네)계 다국적기업과 일본(미쓰비시ㆍ후지쓰) 업체들에 점령당한 처지다. 외국계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은 제조 부문에서 90%, 보수 부문에서 70%나 된다. 외국계 기업들은 동남아ㆍ중국 생산기지에서 만든 값싼 부품을 들여와 국내에서는 조립ㆍ설치 및 보수사업에 주력, 한국 승강기산업의 공동화ㆍ식민지화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스러져간 전쟁터에서 기술ㆍ자금력이 한참 떨어지는 국내 중소기업들은 승강기를 납품하거나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보수 하도급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덤핑 경쟁을 벌여야 하는 신세가 됐다. 산업자원부와 기술표준원은 이 같은 업계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설익은 인증ㆍ검사 기준 선진화 방안을 마련,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가 현실에 안 맞는 기준을 고치고 적용시기를 6개월 늦추기로 했다. 중소 승강기 업체들도 이 같은 상황에 공동대처해 자생력을 키우지 못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다만 최근 공동 기술 개발, 인증 획득을 통한 원가 절감 및 신뢰성 향상 방안 등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도 국내 중소 승강기 관련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핵심부품 공용화 및 공동 기술 개발, 설계, 생산 지원, 승강기 보수 하도급 금지, 제조 업체가 독점해온 보수용 부품의 유통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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