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출항!한국號] 기업들 왜 투자 꺼리나

"우리경제 불확실" 가장 우려…돈놀이 할곳없나 곁눈질만

대기업들의 신규 투자 기피가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일단 대기업과 연관이 있는 수많은 중소 기업들의 생존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또 적절한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기업의 미래 성장 잠재력을 갉아 먹게 된다. 그렇다면 왜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기피하는 것일까. 기업들이 현재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불확실한 우리 경제의 미래다. 국론은 분열되어 정국 불안정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고유가로 대변되는 대외 악재의 파고가 경제의 활로를 꽉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투자란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시계 제로의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설비투자를 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는 게 기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기업 재무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대기업들의 회사채 신규 발행 건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설비투자는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며 “대부분 기존에 만기가 되어 돌아오는 자금에 대해 차환 발행 하거나 이 마저 갚아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내부에 현금이 넘쳐 나지만 불확실한 경기 전망 때문에 마땅히 투자할 만한 곳을 못 찾고 있다”며 “최근 주주들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어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는 형태로 당분간 자금을 운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의 이 같은 태도는 최근 몇 년간 신규 시설투자 현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96년 이후 연평균 66조원 규모에서 8년째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며 어디 돈놀이 할 곳이 없나 곁눈질만 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도 삼성 등 주요 대기업의 설비투자를 제외할 경우 오히려 감소 폭이 큰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이 은행권으로부터의 조달한 자금 추이를 보면 지난 달 마이너스 1,602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연말이 아닌 연중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그 만큼 중소 기업들이 은행으로부터 돈 꾸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산업 총 고용의 86%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 기업들의 돈 가뭄이 심각해질수록 가계의 돈지갑이 얇아질 수 밖에 없다”며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투자부진은 물론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며 장기 성장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희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정부가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설비투자의 활성화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자연스럽게 부동자금이 산업자금으로 흡수될 수 있다”며 “(경제분야 전반의)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나서기 보다는 정치 및 경제의 불확실성을 먼저 제거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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