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프레너미의 G2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흔히 ‘프레너미(frenemy)’라고 표현한다. 친구(friend)이자 적(enemy)이라는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합성어인 ‘코피티션(coopetition)’관계로 불리기도 한다. 숱한 갈등에도 결국 타협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역학 관계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이 절묘한 대립-협력 관계가 G2의 권력 교체기와 맞물려 파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 성공 이후 첫 방문지로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3개국을 선택했다.


새 국면 접어든 미ㆍ중 패권싸움

또 미국은 매년 호주ㆍ일본 등과 매년 실시하고 있는 연례 합동훈련에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지난 2010년 11월 외교 정책의 중심 축을 중동ㆍ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기겠다(Pivot to Asia)는 새 전략을 공개한 이래 동아시아에서 중국 봉쇄를 가속화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8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은 “중국의 국제적 지위에 걸맞은 강한 군대를 건설하겠다”며 노골적으로 미국에 대립각을 세웠다. 그동안 중국이 미국을 의식해 G2라고 불리는 데도 부담스러워하며 “미국과 패권을 다투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강경 발언이다. 10일 천더밍 중국 상무부 부장은 미국이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도리에 어긋난 트집으로 마찰을 겪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최근 전개 상황을 보면 미국의 오마바 2기 정권과 중국의 시진핑호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갈등 양상을 보일 게 뻔하다. 양국의 내부 정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새 G2 간 긴장이나 패권 경쟁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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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양국 관계가 곧바로 파탄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 상품을 사주고 중국은 미국 국채를 사들여 미국 재정을 메우는 등 양국은 경제적으로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있다. 정치ㆍ외교적인 측면에서도 글로벌 경기 침체나 유럽 위기, 기후변화 등 각종 현안에서 공조를 필요로 한다.

특히 중국은 앞으로 최소한 10년간은 미국에 대들 때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시진핑호는 내부적으로 권력이 취약한 데다 부정부패 척결, 정치개혁,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 구축 등 산더미 같은 난제를 안고 출발하고 있다. 섣불리 미국에 도전했다가는 빈부 격차나 신장ㆍ위구르의 독립 운동, 공산당 일당 독재 등 내부 문제가 증폭되면서 스스로 붕괴될 수도 있다.

‘한미 동맹-대중 경협’ 두 토끼 잡아야

문제는 최근 몇 년간 상호 불신이 누적된 데다 양국의 권력 교체기나 내부의 애국주의 바람과 맞물려 협력 관계는 약화되는 반면 상호 적대감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안보ㆍ외교 우산은 미국에 의지하고 경제 발전은 중국에 기대 성장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우려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G2 간의 갈등이 글로벌 통상ㆍ무역 분쟁을 촉발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또 미국의 중국에 대한 위안화 절상 압력도 원화 절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중국은 미국의 전방위 압력에도 불구하고 영토ㆍ주권 등 핵심 이익에 대해서는 한치도 타협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나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주변국과 미국의 합동 대중 봉쇄 전략이 가속화할 경우 미중 갈등의 불똥이 자칫 한반도로 튈 가능성도 있다.

극단적으로 중국은 10~20년 뒤 경제 규모가 미국을 추월해 자신감을 얻을 경우 한국에 “미국과의 정치 동맹이냐,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냐”며 선택을 강요할 수도 있다. 미중 간 충돌이 이 같은 최악의 사태로 번져 한국의 기본적인 성장 모델이 위협받지 않도록 고도의 정치외교적 역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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