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노동시장 10년만의 대변혁-노사상생 해법 찾아라] '인건비 폭탄' 성장엔진 꺼뜨리나

통상임금 확대로 기업 신규 투자·채용 축소 우려


1,350명의 근로자를 둔 자동차 부품회사 A사의 임금 구성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22.2%밖에 안 된다. 반면 상여금 비중은 43.8%에 달하며 초과근로 수당 역시 28.1%나 된다. 그 밖에 휴가비·김장보너스·귀향비 등 11개나 되는 각종 수당이 5.9%를 차지한다.

이처럼 기본급 비중이 낮고 상여금과 초과근로수당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비단 A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6월 100인 이상 사업장 978개소를 대상으로 임금 체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본급 비중이 평균 57.3%에 불과했다. 임금의 절반가량이 복잡한 수당과 상여금으로 채워져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기업들의 임금체계가 왜곡된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은 노사 간의 암묵적인 '담합'이 오랜 기간 노동 시장을 지배해왔기 때문이다. 노조는 사측과의 임단협을 통한 수당 신설을 전리품처럼 여겨왔고 사측 역시 기본급보다는 수당과 상여 비중을 늘려왔다. 기본급을 올리면 이와 연계해 초과근로수당과 퇴직금 등도 덩달아 늘어나는 만큼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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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서 왜곡된 임금체계가 부메랑이 돼 기업들을 압박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통상임금범위가 넓어지면 기업들은 매년 8조원가량의 인건비를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과 2016년 시행되는 정년 60세 의무화도 임금부담을 가중시킨다. 정부와 정치권이 입법을 추진 중인 대로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면 기업들은 휴일근로에 대해 휴일근로수당은 물론 연장근로수당도 중복해서 지급해야 한다. 현재는 휴일에 일한 근로자는 휴일근로수당만 받을 수 있다. 수당 중복 지급에 따른 인건비 추가부담은 연간 7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임금피크제 없이 60세로 정년이 연장되면 기업들은 '인건비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인건비 부담 가중→투자 위축 및 신규 채용 감소→성장동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국제경쟁력이 약화되고 중국의 추격에 쫓기고 있는 한국 경제의 위상이 한 단계 더 추락하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에서 △기본급 중심의 임금항목 단순화 △호봉제 대신 직무급ㆍ직능급 도입 △성과와 연동한 상여금 비중 확대 등을 권고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우려에서 나왔다. 기본급 비중을 늘리되 각종 수당과 상여금은 개인의 성과에 연동해 지급하는 성과급으로 대체하고 장기근무에 따른 호봉 상승 정도를 완화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통상임금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등에도 불구하고 현행 임금체계가 그대로 고수될 경우 인건비 부담에 짓눌린 기업들이 신규 투자와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반드시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방안을 찾아 노사현안들이 산업현장에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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