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천세관을 통해 수출하는 무역업체들 사이에는 주의보가 돌고 있다.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유럽연합(EU) 측이 자국에 수출하는 한국업체 중 일부를 무작위로 선정해 원산지검증 조사를 개시했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 원산지인증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면 해당 업체는 관세특혜 금액을 추징금으로 뱉어내야 한다. 고의적으로 원산지를 속였다면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
28일 관세당국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최근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 경제의 총 60.9%를 점유하는 8개 국가 및 경제권과 FTA를 맺고 있지만 관세 혜택은커녕 되레 추징금을 물게 되는 위험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FTA 체결 국가마다 수출제품의 통관 및 원산지인증 규정이 제각각이라 이를 자세히 모르고 수출했다가 된서리를 맞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FTA를 맺은 국가ㆍ지역별 원산지검증체계를 보면 ▦업체 자율증명 방식 (미국ㆍ칠레ㆍ유럽자유무역연합) ▦ 정부가 도맡아주는 기관증명방식(싱가포르ㆍ인도) ▦인증수출자 제도 방식(유럽연합) 등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앞으로 FTA 체결 대상을 점진적으로 늘릴 방침이어서 업체들은 각각인 통관, 원산지 인증 방식 등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영세 및 중소기업들은 FTA로 얻은 관세혜택 금액보다 통관, 원산지 검증 정보를 파악하고 관련 서류 등을 작성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더 많아 한국 원산지 인증을 포기하고 그냥 기존 관세를 내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ㆍEU FTA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품목 중 지난 7~8월에 관련 혜택을 이용한 비중(FTA 수출활용률)은 58.9%인데 이는 나머지 31.1%의 품목을 수출한 업체 중 상당수가 관세혜택을 포기했음을 의미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여러 나라와 동시에 FTA를 체결하면 그에 따른 복잡한 행정절차를 파악하는 비용이 관세혜택 금액을 초과하는 이른바 '스파게티볼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부는 이 같은 스파게티볼 효과를 극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무료 지원하고 있는 만큼 수출업체들의 적극적인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 특히 국제원산지정보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는 원산지인증 관리 프로그램인 'FTA-PASS'와 관세청이 올해부터 개시한 '특혜관세 적용품목 확인' 서비스 등을 애용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다만 FTA-PASS의 경우 기업들이 물자관리 등을 위해 자체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전사적자원관리(ERP) 프로그램과 호환되지 않는 불편함 때문에 이용률이 저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정부가 민간의 ERP와 호환될 수 있도록 FTA-PASS 프로그램 등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