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독서] 이찬근 인천대교수 '뉴금융라운드'

요즘 IMF(국제통과기금)의 칭찬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97년말 나라 전체가 결단이 날 정도로 위기에 처했던 상황과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국민의 정부는 IMF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다 들어주었다. 무차별적인 고금리, 공기업·은행의 해외매각, 대규모 인원 삭감등 그 모든 것들이 국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뤄졌다.그렇다면 이제 한국 경제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는가. 각계각층의 대답은 부정적이고 확신이 없다. 최근 검찰간부의 조폐공사 파업 유도에 따른 대규모 파업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1999년 한국 사회는 지극히 불안정한 토대 위에서 약간의 경기 회복을 경험하고 있을 뿐이고, 사회적 통합 보다는 이완과 대립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 모든 문제들은 한국이 왜 IMF(국제통화기금)의 통치하에 들어가야만 했는가에 대한 진단과 그에 따른 해법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이찬근 시립인천대 교수는 「뉴금융라운드」라는 저서에서 새롭게 변하고 있는 세계 금융질서를 분석하고, 한국이 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도모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이 왜 IMF체제 속에 들어갔는지에 대한 진단이 앞서고 있다. 이와함께 현재 국민의 정부가 취하고 있는 여러 경제개혁 정책들이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가에 대한 판단근거도 제공해준다. 이 교수는 현재 세계 금융질서를 놓고 정책가와 이론가들이 두 가지의 큰 그룹으로 갈라서고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신자유주의 헤게모니 블록」(NEO-LIBERAL HEGEMONY BLOC)으로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세계화, 자유화 논리의 바탕 위에 투기자본의 광폭적인 이동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반대로 시장의 불안전성과 퇴폐성을 염두에 둔 「카운터 헤게모니 그룹」(COUNTER HEGEMONY BLOC)은 투기자본에 대한 원천 규제가 필요하고 환율등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합리적인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 즉 NHB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위기에 빠진 것은 정부와 금융기관, 대기업간의 연고 자본주의가 득세한 탓으로 진단한다. 또 자본 자유화가 문제가 아니라, 불완전한 자유화로 인해 경쟁 원리를 살리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적대적 M&A의 허용등 철저한 시장개방이 급선무라는 것. 그러나 CHB 쪽 이론가들의 입장은 정반대이다. 이들은 외환시장은 거대한 카지노 도박판이라고 강조한다. 연간 전세계 무역액은 5조 달러인데 반해 외환 거래고는 무려 300조 달러에 달한다는 것. 외환거래의 98.5%가 실물경제와는 상관없는 투기적 외환거래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가인 미국의 제임스 토빈 교수도 외환거래에 약간의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투기성을 통제하자고 주장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찬근 교수는 카운터 헤게모니 그룹의 입장에 서서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환율문제만 해도 투기자본의 농간을 막으려면 각국의 목표 환율대 설정이 중요하고, 취약한 국가일수록 유동성의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세이프 가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 또 IMF를 대체할 수 있는 AMF(아시아통화기금)의 창설도 적극 고려햐야 한다는 것. 이 교수는 또 우리나라도 이제 헛된 강대국만을 지향하는 겉치례 국가이념을 버리고 엔(円) 경제블록도 적극 고려할 수 있는 유연하고 실질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찬근 교수의 「뉴금융라운드」는 투기자본의 광폭한 흐름을 예리하게 진단하면서 혼돈에 빠진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근본부터 다시 세워야함을 일깨워준다. /이용웅 기자. 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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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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