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어느 도시에나 미술관이 있을 정도로 미술을 사랑하는 민족이다. 때문에 빈센트 반 고흐, 요하네스 베르메르, 렘브란트, 피에트 몬드리안 등 다양한 화파의 대가들을 배출했다. 그래서 네덜란드 여행에서는 미술관 순례가 빠지지 않는다. 미술 전문가들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라도 네덜란드를 찾는다.
그런데 네덜란드 가장 화려한 시기 17세기 활동했던 대가들의 걸작을 입장료 1만원에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오광수)이 15일부터 11월9일까지 덕수궁미술관에서 여는 `위대한 회화의 시대:렘브란트와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전`이 그것. 300여년전의 유럽회화 원형이 국내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작품들의 보험료만도 1,040억원을 지불한다. 또한 전시장도 현지와 같은 분위기를 낸다. 커튼은 두꺼운 벨벳소재를 써 외부 빛을 차단하고, 조명은 어둡고 작품에 집중된다. 벽색깔도 왕족의 대표색인 오렌지색으로 인테리어했다. 전시 컨셉도 이색적이다. `초상화` `정물화` `장르화` `풍경화` `역사화` 5가지 분야가 하를렘, 델프트, 레이든, 헤이그, 암스테르담, 안트워프의 도시 순서로 구성돼 순례 여행을 떠나는 느낌을 받는다.
이 전시는 헤이그에 위치한 마우리츠하위스(Mauritshuis) 왕립미술관에서 소장한 17세기 네덜란드와 플랑드르 회화 50점으로 구성된다.
이 미술관은 네덜란드 독립전쟁의 영웅 빌럼 판 오란녀의 조카이자 그의 직속후계자로 네덜란드 총독을 지낸 요한 마우리츠가 건립했던 궁을 그대로 개조해 만든 곳. 이 미술관 수집품은 일부 16, 17세기 플랑드르 미술과 18세기 네덜란드의 작품을 포함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17세기 북부 네덜란드 작품으로 집중돼 있다.
이 미술관 처음으로 서울 나들이에 나서는 작품들은 17세기 북부 네덜란드 미술을 대표하는 초상화, 정물화, 풍경화, 풍속화 역사화와 루벤스, 안소니 반 다이크로 대표되는 플랑드르 작가의 작가의 작품 일부다.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것은 역시 렘브란트. `깃 달린 모자를 쓴 남자`(1637년경), `웃는 남자`(1629~30년경), `노인 습작`(1650년경, 전칭작품) 3점으로 인물의 특징을 잡아내는 그의 통찰력, 웃장식과 귀걸이의 반짝임을 표현하는 그의 재능에 감탄할 수 있다. `깃 달린…`은 그의 명성에 맞게 전체 보험료의 절반을 차지한다.
렘브란트와 쌍벽을 이루는 플랑드르의 화가 루벤스는 `젊은 여인의 초상`(1620~30년경)을 통해 루벤스 특유의 풍만한 가슴, 불그레한 볼을 가진 여인의 전형을 만날 수 있다. 태피스트리의 모본이 된 그의 또 다른 작품(`로마의 승리`(1662~3년경))은 역사화를 구성하는 그의 능력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가 관객의 기대를 모으는 것은 이들 작품이 대표작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의 기교에 결코 뒤지지 않는 수많은 화가(44명)들의 최고작이 있기 때문이다. 렘브란트의 제자였던 호퍼르트 플링크(`의자 옆에 서 있는 소녀`), 베르메르의 동료였던 피터 드 호흐(`안뜰에서 담배 피우는 남자와 술 마시는 여자`), 농부화만 그린 아드리안 판 오스타더(`여인숙의 농부들`), 스페인에서의 전시를 마치자마자 서울로 오게 되는 얀 스테인(`아픈소녀`)등이 전시된다. 이들은 국내의 일반 애호가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유럽 및 네덜란드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들이다.
덕수궁미술관의 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대형 전시회중 다섯손가락안에 드는 회화전으로 300년전 미술이 얼마나 사실적이고 생생한 가를 만날 수 있는 좋은기회”라고 말했다. (02)779-5310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