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CEO들, 「2인자는 필요없다」

은퇴를 14개월 앞둔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에게는 후계자가 없다. 여러 명의 부회장들이 그를 보좌하지만, 그의 자리를 이어받을 차기 회장감은 아직까지 전혀 물망에 오르지 않고 있다. 회사의 주요 결정은 모두 웰치 회장의 머리 속에서 나온다. 『넘버 투(NO.2)의 존재는 불필요한 층(層)을 형성할 뿐』이라는게 웰치 회장의 지론이다.월스트리트 저널은 24일 미국 유수 업체들의 CEO(최고경영자)들이 임기가 임박하기 전에 2인자를 지목하는 것을 꺼리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웰치 회장뿐 아니라 IBM의 루이스 거스너 회장, 다이코 인터내셔널의 데니스 코즈로브스키 회장 등이 대표적인 「2인자 불요론자」들. 요즘처럼 일자리가 남아도는 시점에서 특정 후계자를 지목했다가는 다른 고위 간부들이 회사를 뛰쳐나갈 수도 있는데다, 자칫 자신의 권위체계가 흔들리면서 조직이 망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타이코의 코즈로브스키 회장은 2인자 구도가 조직의 의사결정을 지체시킨다고 지적한다. 그는 4개 부문의 경영자들이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방식이 의사소통을 훨씬 원활하게 한다며, 『후계자 결정은 가능한 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2인자를 너무 오랫동안 2인자 위치에 머물게 할 수 없다는 점도 부담이 된다. 지난해 가을 TRW사로 영입된 데이비드 코트 사장은 회장 겸 CEO인 조셉 고어맨의 자리를 잇지 못하면 1,000만달러를 보상받는 다는 조건으로 「NO.2」 자리를 받아들였다. 2인자로서는 상당한 역량을 발휘했던 경영자들이 최고경영자로서는 역부족이었던 몇몇 업체들의 사례도 이같은 추세를 뒷받침한다. 꼼꼼하게 회사 내부 운영을 맡는 「NO.2」들이 굵직굵직한 의사결정이나 장기 비전을 제시하는 우두머리 자리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근 물러난 코카콜라의 더글러스 아이베스터 회장 등도 조직 내에서 발군의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회장으로서의 비전이나 대외 교섭력이 떨어진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많은 CEO들은 여전히 1인자와 2인자간 「2인3각」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오랫동안 후계자를 두지 않던 아이베스터 회장이 물러나자 신임 더글러스 대프트 회장은 즉각 잭 스탈을 사장으로 임명했으며, 2인자 지명을 거부해 오던 월트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스너 회장도 최근의 업적 부진을 딛기 위해 로버트 아이거를 2인자로 영입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회장도 지난 여름부터 조셉 갈리라는 파트너를 불러들였다. 3년 전 AT&T의 2인자였다가 당시 CEO이던 로버트 알렌의 유임 사실을 알고 텔리전트사 CEO로 자리를 옮긴 알렉스 맨들은 곧 일상 업무를 관리하기 위한 2인자의 필요성을 느껴고 신임 사장을 임명했다. 『CEO가 주요 전략이나 대외관계에 주력한다면 2인자인 COO(관리담당 최고경영자)와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며 『만일 CEO가 모든 일을 챙기는 스타일이라면 2인자는 있으나 마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립기자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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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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