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한중 정상회담이 남긴 숙제] 중국 주도 AIIB 가입, 한국 깊어진 딜레마

美 "참여말라" 강력 경고 불구 中 요청에 韓 "검토" 파란 예고

우리 정부가 중국이 창립을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에 한발 다가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방한기간에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한국이 AIIB 설립에 참여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중국 외교부가 4일 공개한 한중 정상회담 내용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은 한국이 AIIB를 기획·건립하고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를 건립하는 등의 영역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AIIB는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 등 미국과 그 동맹이 주도하는 질서에 맞서는 성격을 지닐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 정부가 최근 우리 정부에 AIIB 참가를 보류하도록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교도통신은 캐럴라인 애킨슨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제경제담당 부보좌관이 미국을 방문한 한국 고위관료에게 한국의 AIIB 참여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뜻을 전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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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중국의 AIIB 설립 구상이 역내 경제개발과 성장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시도로 생각하며 이를 위한 중국의 노력을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AIIB 설립과 관련해 한중 정부 간 양자 협의와 다자간 실무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우리 정부는 협의 결과를 감안해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우리의 본격적인 고민도 시작됐다. AIIB 설립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중국의 입장도 일부 수용해야 하고 AIIB 설립에 손사래를 치고 있는 미국 정부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속내를 들추어보면 AIIB 참여를 충분히 협의해 검토해보겠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개발은행과 AIIB는 내용과 성격 면에서 매우 유사하다"면서 "중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선에서 절충점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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