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섭 교수 집필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에서 주장
김우중(78) 전 대우그룹 회장은 “경제관료들이 자금줄을 묶어놓고 대우에 부정적인 시장 분위기를 만들면서 대우를 부실기업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가 집필한 대화록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통해 대우그룹의 해체가 경제 관료들의 정치적 판단 오류 때문이라는 ‘기획 해체론’을 주장했다.
세계경영을 내걸고 벌인 지나친 확장 투자로 주력 계열사였던 대우자동차 등의 부실이 감당할 수 없이 커지면서 대우그룹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당시 경제관료들의 견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정부에서 갑자기 수출이 나쁜 것처럼 얘기하면서 수출금융이 막혀 벌어진 일들을 대우가 잘못한 걸로 몰아붙인 건 도대체 말이 안된다”며 “의도가 있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김 전 회장은 외환위기 직후 대우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당시 정부의 진단에 대해 본말이 전도됐다고 주장했다.
수출금융이 막혀서 16조원이 갑자기 필요해진 데다, 금융권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한 구조조정을 하면서 3조원의 대출을 회수해 갔다는 것이 김 전 회장의 주장이다.
대우자동차 처리에서도 정부 정책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정부가 대우자동차를 잘못 처리해서 한국경제가 손해 본 금액만 210억달러(당시 환율로 약 30조원)가 넘는다”며 “한국이 외환위기 때에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빌린 돈 만큼이나 많은 금액”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우자동차를 실패한 투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대우 해체에 따르는 비용은 한국경제가 고스란히 부담했고 투자 성과는 제너럴모터스(GM)가 다 가져갔다”며 “대우 해체는 실패한 정책이고 GM의 성공은 숨기고 싶은 진실”이라고 토로했다.
김대중(DJ) 당시 대통령이 정치적 이유로 대우그룹과 삼성그룹 간의 자동차 빅딜을 적극적으로 지지했지만,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당시 금융감독위원장)를 비롯한 경제관료들이 빅딜이 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게 김 전 회장의 주장이다.
반면 당시 대우그룹 해체를 주도한 이 전 부총리는 2012년 출간한 회고록 ‘위기를 쏘다’에서 “대우가 해체된 것은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데다 구조조정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정부가 대우그룹을 청산가치로 실사해 30조원이나 자산가치를 낮춰서 ‘부실기업’으로 낙인찍고 경영권 박탈과 워크아웃을 합리화했다고 비판했다.
15년 전 대우그룹 해체에 대한 김 전 회장의 비공개 증언을 담은 대화록은 26일 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