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59가 놓여서는 중원의 백 11점이 또 잡혔다. 사실은 이 시점에서 백이 돌을 던져야 옳았다. 그러나 목진석은 거의 70수를 더 두어본 후에 돌을 던졌다.
이긴 조훈현은 조금도 미안해하지 않았고 진 목진석은 조금도 억울해하지 않았다. 복기때 까지만 해도 목진석은 상대인 조훈현이 천하묘수를 찾아내서 자기가 졌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축하해줄 생각을 하면 했지 억울해할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목진석의 그러한 생각은 귀국 후 조훈현의 그 천하묘수가 사실은 떡수였다는 것을 밝혀낸 이후에도 변함이 없었다.
“그 수로 조훈현9단이 이겼잖아요. 본질적으로는 떡수에 속하겠지만 기능상으로는 천하묘수로 계속 남는 것이지요. 절묘한 꼼수는 그것이 실제상황에서 천하묘수로 통한 경우에는 천하묘수로 계속 찬양을 받아도 괜찮은 것이라고 봅니다.
야비했다든지 유치했다든지 그런 비평은 바둑의 경우에 전혀 불필요한 것이지요. 바둑에서는 현혹적인 수, 상대가 헷갈리거나 속아넘어가기 쉬운 수가 도리어 좋은 수로 인정됩니다. 그리고 그런 측면을 지닌 수가 최선의 수로 공공연히 인정받습니다.”
이 바둑을 둘 때 목진석의 나이 21세. 프로기사로 이미 7년의 경력이 쌓여 있었다. 바둑만 잘 두는 청년이 아니라 바둑이라는 승부의 속성에까지 투철하게 깨달음을 얻은 청년이 되어 있었다.
어찌 됐든 조훈현은 이 바둑을 이겨서 2백50만엔을 받았고 목진석은 준우승상금 50만엔을 받았다.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말했다.
“그런 묘수를 보다니. 구경한 보람이 있었다.” (36…31의 아래. 39…31) 159수 이하줄임 흑불계승.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