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호텔청소부에서 대학교수로 변신

“청소부 출신 교수라고 누구도 무시 못합니다. 오히려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해주니 학생들에게 인기 만점이죠.”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객실 미니바 관리를 맡고 있는 나성애(47ㆍ여)씨. 불과 5년 전만해도 평범한 룸 어텐던트로 객실청소를 하던 나씨는 오는 3월부터 충남 홍성의 혜전대학 외식산업과 겸임교수로 선임돼 일주일에 8시간씩 `접객 서비스`를 가르친다. 전업주부로 생활하다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지난 85년 호텔에 취직한 나씨는 99년 플로어 관리인으로 승진할 때까지 15년 가까이 객실청소만 해왔다. “정신적인 일을 했다면 오히려 공부에 도전 못했을 거예요. 육체노동을 하다보니 공부에 욕심이 생기고 재충전의 기회도 되더군요.” 나씨는 “손가락이 휘어질 정도로 힘들었지만 일이 고될수록 가정형편상 대학을 못간 것이 계속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덧붙였다. 91년 방송대 국문과에 입학한 나씨는 직장의 배려와 가족들의 전폭적 지원 아래 96년 대학 졸업장을 땄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그가 대학원에서 전공으로 택한 것은 국문학이 아닌 호텔관리. “한동안 어떻게든 룸 어텐던트로서의 삶에서 탈출하려고 바둥댔지만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이 직업을 생활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학문으로 발전시키자고 마음먹었다”는게 나씨의 설명이다. 나씨는 학생들에게는 물론이고 대학원 동료나 학회에서 학계 사람들을 만날 때에도 룸 어텐던트로 일했음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룸 어텐던트는 단순히 청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방에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챙겨줘야 한다”며 “누구를 만나든 당당하게 직업을 밝히는데 오히려 듣는 사람이 어색해하는 경우가 많더라”라며 미소지었다. 나씨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고객들에게서 얻은 경험을 학생들에게 쏟아붓는 게 너무 재밌다”고 말했다. <이재철기자 hummi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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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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