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경제는 심리입니다. 대외여건의 불안정으로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비관할 것만은 아닙니다. 자신감을 갖고 대응한다면 보다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요즘 긴장 속에서 일하고 있다. 경제 지표가 악화되고 대내외 경제변수도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부총리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다. 바쁜 일정 탓에 짬짬이 이뤄진 인터뷰에서 김 부총리는 “국민과 기업인을 안심시키고 외국인투자자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경제정책의 비전과 의지를 확실하게 밝힐 예정입니다. 경제주체들이 합심해 노력한다면 악재가 호재로 바뀔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고 강조했다. -경제가 좋지 않습니다. 금리가 뛰고 주가는 속락하고 있습니다. 각종 경제지표 역시 최근 2년간 최악의 수준입니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며 국민들이 모두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적극적인 부양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국내외 악재가 맞물리는 상황이지요. 때문에 현재로서는 유일한 경기조절 수단인 재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상반기중 전체 예산의 53%를 조기 집행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애로사항들을 듣고 돈이 제대로 돌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특히 이는 대통령의 지시사항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적자재정이나 국채발행 계획은 없습니다. 최근 열린 여야정협의회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졌는데요, 다소 이견이 있었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정부는 현재로서는 재정집행의 현장점검에 주력할 방침입니다. 다만 경제를 운영하는 공무원은 모든 상황을 미리미리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상반기에 돈을 너무 많이 끌어서서 하반기에 쓸 돈이 모자라는 경우까지 포함해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환율하락과 외평채 가산금리 속등도 문제입니다. 외국인자금은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5%대로 설정한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대외변수가 문제입니다. 미국ㆍ이라크간 전쟁리스크와 북핵문제로 환율이 오르고 차입금리도 상승했습니다. 정부는 이미 전쟁발발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준비했습니다. 여건이 나빠졌다고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경제 주체들이 합심해 대응하고 대외악재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면 여건이 급속도로 좋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2의 경제위기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뜻 아닙니까? ▲지난 97년 외환위기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경험했다는 처지여서 위기의 반복을 걱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경제상황이 그 때와는 전혀 다릅니다. 우리 경제의 실상을 외국인들이 제대로 파악하면 우려는 풀릴 수 있다고 봅니다. 대내외 경제홍보와 국가설명회를 강화할 생각입니다. 국제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입니다.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을 내리려 했습니까. ▲이미 알다시피 무디스는 최근 한국에 대한 국가신용등급 전망(outlook)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습니다. 또 최근 북한 핵문제에 따른 리스크 증가로 신용평가위원회를 열어 전망 뿐만 아니라 신용등급 자체의 조정을 검토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래서 경제문제는 물론 국방과 외교에 관한 문제를 포함해 소상하게 설명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해 재경부는 물론 국방와 외교전문가를 팀으로 구성해 월가에 보냈습니다. 다행스럽게 소기의 성과를 거뒀고요. 북핵문제에 대해 우리는 `벼랑끝 전술`로 이해할 뿐 전쟁위험은 없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한국의)전문가가 (월가의)전문가들에게 자료를 곁들어 설명하니까 합리적인 판단이 나온 것 같습니다. 정부의 모든 부처가 협력해 좋은 결과를 낳은 결과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무디스가 4월에 다시 방문해 신용등급을 조정할 계획입니다. 4월 이후 내려가지 않겠습니까. ▲물론 무디스의 `부정적` 전망이 살아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북핵문제가 대화로 풀리기를 기대합니다. 정부도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한국경제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보고서가 잇따르고 있지 않습니까. -SK글로벌에 대한 검찰수사,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계획 발표 등을 과거처럼 정권초기의 `재벌 길들이기`가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경제가 어려운데 재계에 압박이 가해진다는 불만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공교롭게도 새 정부 출범과 SK그룹에 대한 조사,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내부자 조사가 일시에 집중됐는데요, 공정위 조사는 `정치적 목적으로 하는게 아니냐. 연간 조사계획을 먼저 발표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연간 계획을 밝혔는데 시점이 겹쳐서 소나기식 사정으로 인식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새 정부가 의례적으로 조사를 강화하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고건 총리께서도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시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참여정부가 `재벌개혁` 대신 `시장개혁`을 택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정부는 기업을 도와주고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런 방침이 알려진 후 기업인들도 안도하고 있습니다. -SK글로벌의 분식회계사건으로 시장이 혼란을 겪었습니다. 더욱이 검찰이 2001년도분만 조사한 것이어서 추가적인 분식이 나올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시장이 다시금 요동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회계분식은 통상적으로 해를 거듭하면서 누적되기 때문에 더 나올 것은 없다고 봅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채권단의 공동관리가 `죽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살리자`는 목적이 있다는 점입니다. 구조조정촉진법을 적용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과거 비슷한 케이스와 달리 그룹계열사간 채무지급보증으로 얽힌 점도 없어 회생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다행스럽게 시장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등이 시장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데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됩니다. SK글로벌 사태로 실망한 점도 있지만 제도 보완과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더욱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것입니다. 집단소송제 도입 등을 통해 제도를 개선할 계획입니다. 여야도 이 점에는 기본적으로 합의한 상태입니다. 처리할 것은 분명하게 처리하는 모습은 신뢰도를 높이고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입니다. -검찰의 SK글로벌 수사에 대한 외압을 가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요. ▲물론 검찰총장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압력을 넣은 것은 아닙니다. 금융감독위원장과 함께 만나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얘기했습니다. (시장이)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가 `꽝` 당하면 당황하게 됩니다. 은행이 당황하게 되면 고객이나 기업이 돈을 인출합니다. 정확하게 알고 대처해야 합니다. 일이 커질 수도 있는데 가만 있다면 경제부처장관으로서 직무유기입니다. -변화의 속도와 폭이 큽니다. 국무회의도 이전과는 많이 변했고요, 장관들이 일하는데 과거와 달라진 점이 궁금합니다. ▲실제로 일하는 것입니다. 국무회의도 실무형으로 변했습니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만나는 게 잦아졌고 대화도 많아졌습니다. 장관들이 공부해야 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대통령의 경제지식이 정말 풍부한데다 현장의 문제점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 장관들이 업무 파악은 물론 새로운 방향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언제쯤이면 경제가 나아질까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특히 여야정이 만나 경제가 어려울 때 당리당략이 어디에 있냐며 초당적으로 협조하기로 한 점이 고무적입니다. 금융시장 안전과 여야공통 공약의 입법 추진, 집단소송제와 기업연금 도입에 합의했습니다. 물론 여야 공동으로 보완책은 준비할 것입니다. 회계제도 개선안에 대해서는 여야가 정부안에 강력한 지지를 보냈습니다.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리 경제회복은 시기의 문제입니다. 미국ㆍ이라크전쟁과 북한핵 문제가 가닥이 잡히면 급속도로 좋아질 것으로 봅니다. 위기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경제는 심리입니다. ■ 발자취 김진표 부총리는 서울대 법대(68학번) 졸업후 73년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기수로 따지면 행시 13회다. 국세청에서 출발한 김 부총리의 공직생활은 항상 `세제`와 `고속승진`이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제통. 재무부 세제심의관, 재경부 세제실장을 지내는 등 세제분야의 주요 요직을 모두 거쳤다. 김영삼 정부때 금융소득종합과세 제도도입을 주도하고 연금제도개선 등 굵직굵직한 세제개편에 관여했다. 90년대 세제개혁이 취해질 때마다 그 뒤에는 꼭 김 부총리가 있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는 매끄러운 업무처리와 포용력으로 부하직원은 물론 상사들로부터도 신망이 두터운 것은 물론 관계(官界)와 학계ㆍ정계ㆍ언론계 등에 지인들이 많은 소문난 마당발이다. 뛰어난 자질과 마당발 스타일 덕분에 그는 승승장구했다. 김 부총리가 1급(관리관)이 된 것은 지난 98년11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준비기획단 사업추진본부장에 임명됐을 때. 이후 그의 고속승진 행보는 모든 공무원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99년 재경부 세제실장으로 이동한 후 2001년 곧바로 차관으로 승진했다. 통상적으로 세제실장은 관세청장 등 외청장을 거쳐 승진했으나, 이 관례를 깬 것이다. 지난해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청와대(정책기획 수석)로 들어갔다가 7월 국무조정실장에 발탁됐다. 대선후에는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까지 겸한 뒤 2월 참여정부의 부총리가 됐다. 1급에서 부총리가 되기까지 4년3개월, 특히 차관 임명에서 부총리까지는 약 1년10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대통령과는 재경부 세제실장 당시 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을 만나 깊은 인상을 남긴 게 인연이 됐다. ■ 약력 ▲47년 수원생 ▲경복고, 서울대법대 ▲행시 13회 ▲재경원 공보관 ▲ASEM준비기획단 사업추진본부장 ▲재경부 세제실장 ▲재경부 차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국무조정실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 궁금해요 김 부총리의 트레이드 마크는 `마당발`. 어느 공무원보다도 지인(知人)이 많다. 지인중의 대부분은 우군(友軍)이다. 그 비결은 뭘까. 성심을 다하는 대인관계다. 술을 한잔 나눠도 대작하는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 특히 어려운 처지를 당한 사람을 보면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 아무리 바빠도 문상은 거르지 않는다. 자연스레 주량이 많다. 한때 `폭탄주 7잔을 마시고 집에 들어가면 잠이 잘 안온다`고 했을 정도다. 때문에 김 부총리의 근황 중에서도 음주습관이 이어지고 있는지 궁금히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과 술을 좋아하는 그가 변했을까. 분명히 바뀌었다. 최근 한달간 술을 거의 못했다. 시간이 없어서다. 경제부총리로서 챙겨야 할 현안이 산적해 술을 즐길만한 여유가 없다고 한다. 다만 단 한번 예외가 있었다. 지난 12일 고건 총리와 경제단체장과 만찬자리에서다. “대선배인 총리께서 기업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술을 두 순배 돌렸는데 가만 있을 수가 있나, 인사를 겸해서 한바퀴 돌았지요. 열댓잔했나요. 다음날 아침 속이 영 거북하더라고…”. 과거 주량에 절반도 못 미치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이제 술을 술로 마시는 나이는 지났고, 음식으로 먹어야 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대신 빠져들고 있는 게 하나 있다. 인터넷 검색과 독서. 주요 경제연구소, 특히 민간경제연구소의 자료를 매일 체크한다. “아마도 나만큼 연구소 리포트를 보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유용한 자료가 많습니다”. 토론문화로 독서도 훨씬 늘었다. 서평에 오를 정도의 신간은 지인들이 보내주는 요약본이라도 훑어본다. < 대담:권홍우 경제부 차장, 정리=임석훈기자 sh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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