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증 치매 어르신, 웃음 되찾았어요"

생보재단 운영 '기억키움학교' 등급외 치매 환자 돌봄 프로그램 호평

사회복지사 등 도움 받아 인지기능·운동능력 등 향상

가족에도 시간 여유 제공

등급외 치매노인 기억키움학교 어르신들이 지난 18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작은 북'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임지훈기자

'치매 극복의 날'을 3일 앞둔 지난 18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는 '등급외 치매 어르신 기억키움학교' 수업을 받고 있는 어르신들이 화창한 가을 날씨를 만끽하고 있었다. 인근에 위치한 성동구 치매지원센터에서 20여분을 걸어 이곳을 찾은 어르신들은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거나 혹은 혼자 힘으로 주위를 거닐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눴다.

"아빠, 엄마 이거 '딸랑이' 아니에요. 이건 '작은 북'이라고 하는 거에요. 제가 뭐라고 했죠. '작은 북'". 최세나(31) 작업치료사가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하자 어르신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됐다. 어르신들은 작업치료사의 안내에 따라 작은 북에 색을 입혔고 몇몇 분들은 작은 북의 손잡이 부위를 손으로 비벼 소리를 냈다. 이 같은 활동은 인지ㆍ운동 기능 향상에 효과가 있다는 게 사회복지사의 설명이다.


성동구 치매지원센터 내에 있는 등급외 치매 어르신 기억키움학교는 경증 치매 어르신들을 낮 시간 동안 돌봐주고 치료해주는 시설이다. 2007년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등 18개 생명보험회사가 설립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인건비 등 이 시설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치매는 증상의 수위에 따라 총 5등급으로 나뉜다. 이들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장기요양보험 급여를 지원받아 소액의 자기 부담금으로 어르신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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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등급외 치매 어르신의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정형미(46) 기억키움학교 사회복지사는 "등급외 치매 어르신들 중에서도 간혹 길을 잃는 어르신들이 있는 등 경증 치매라고 해서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특히 저소득층 등급외 치매 어르신들은 장기요양보험 급여를 받지 못해 가정에 머물거나 동네 경로당 등을 찾고 있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들 어르신이 경로당 등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경로당에서도 했던 얘기를 또 하고 또 하는 어르신을 반겨줄 리 만무하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기억키움학교 학생인 한 어르신은 이곳에 오기 전 지역 경로당 등에서 따돌림을 당한 기억을 전하기도 했다.

기억키움학교는 달랐다. 이 곳에서는 친구들과 사귈 수도 있는데다 조장과 조원 등으로 조를 짜서 서로를 챙겨주며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기억키움학교는 등급외 치매 어르신들을 위해 미술과 음악 등 인지기능 강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부양 가족에게는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해준다. 한 기억키움학교 어르신의 보호자는 "다른 시설에서는 만족하지 못하셨던 아버지가 이곳에 온 뒤 웃음이 크게 느셨다"며 "아버지가 기억키움학교에 있는 시간을 활용해 나도 내가 평소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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