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산가족 상봉, 북한은 머뭇거릴 이유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 68주년 기념식에서 "이번 추석을 전후로 남북한 이산가족들이 상봉할 수 있도록 북한에서 마음의 문을 열어주기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번 제의로 지난 2011년 11월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이 3년 만에 재개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생이별의 고통을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아온 이산가족에게는 더 없는 희소식이다.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다. 133일간 닫혔던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하며 막혔던 남북관계에 물꼬가 트였다. 박 대통령이 "열린 마음으로 북한을 적극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천명한 것도 전망을 밝게 한다. 3차 핵실험 이후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된 북한으로서는 반가운 메시지일 터이다. 남북관계가 화해를 향해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적ㆍ경제적 이슈가 끼어들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영역이다. 대상자의 상당수는 지금 아니면 다시 가족을 만나보기 힘든 고령자다. 끊어졌던 혈육의 정을 다시 잇자는 데 조건이 있을 수 없다. 비록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되기는 했지만 지난달 상봉 제의를 먼저 한 측도 북한이었다. 북한이 이번 제안을 마다할 이유도, 명분도 전혀 없다는 뜻이다.

관련기사



우리 정부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 협상에서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박 대통령의 뚝심이 통했다고도 할 수 있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우리 외에는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비슷하다. 북한이 과거에 했던 것처럼 상봉의 대가로 식량과 비료ㆍ시멘트 등의 지원과 함께 금강산관광 재개를 요구할 수 있다. 남북관계를 화해와 평화로 이끌기 위해서라도 경직된 자세를 보일 필요는 없다.

박 대통령이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시기까지는 불과 한달 남짓밖에 안 남았다. 상봉장소부터 대상자 선정, 방법까지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무회담이 빨리 열려야 한다. 북한은 머뭇거릴 이유도, 시간도 없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