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토종 헤지펀드 출범 힘드네

공매도 금지 · 성과보수 제한· 전용선 논란<br>증권·운용사들 '롱숏펀드' 시범 운용 중단


최근 한 대형 증권사는 한국형 헤지펀드를 연내 출시하기 위해 자체자금으로 진행하던 '롱숏(long-short) 펀드'의 시범 운용을 중단했다. 롱숏 펀드는 고평가된 주식을 팔고 저평가된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로 공매도 전략이 필수적인데 정부가 이를 금지하면서 더 이상 펀드를 운용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증권사의 임원은 "최근 2년간 트랙레코드를 쌓기 위해 운용하고 있던 헤지펀드 전략의 펀드가 있었지만 현재는 공매도 금지에 발이 묶이면서 운용을 중단했다"며 "공매도를 주가급락의 주범으로 생각하는 풍토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굳이 헤지펀드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토종 헤지펀드을 출범시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던 증권ㆍ운용사들의 발걸음이 공매도 금지와 자문사들에 대한 성공보수 제한 등 잇단 돌발 변수로 주춤거리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이후 증권사와 운용사, 투자자문사들은 최근 시범 운용하던 롱숏펀드를 일제히 중단했다. 공매도 없이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증권사 트레이딩 담당 부서 임원은 "대부분의 헤지펀드 전략이 공매도 전략을 활용한다"며 "이를 금지하면 '숏(shortㆍ매도)' 전략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공매도로 하락장을 방어하는 헤지펀드는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투자업계는 앞으로도 언제든 금융 감독 당국이 공매도 전략을 활용하는 헤지펀드에 규제의 잣대를 들이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헤지펀드 도입을 주도하고 업계가 이를 따르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처럼 정책 당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면 한국형 헤지펀드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금융위원회가 투자자문ㆍ일임업자의 성과보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관련 업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통의 헤지펀드가 1~2%의 운용보수와 10~20%의 성과보수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규정은 자문업은 물론 헤지펀드업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직접전용주문(DMA)을 통한 거래속도 차별화가 불법이라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 주식워런트증권(ELW) 불공정거래 혐의로 기소된 증권사들에 헤지펀드 운용 인가를 보류한다는 방침 역시 업계로서는 부담이다. 사내 트레이딩 부서를 분사(spin-off)해 헤지펀드 운용사를 설립하기로 한 증권사들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운용사나 투자자문사는 사내 별도 운용조직으로 헤지펀드를 운용하면 되지만 증권사는 별도 회사를 설립해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높다"며 "지금처럼 정책 당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선뜻 운용사 설립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일부 증권사에선 증권사에 잔류하고자 하는 직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의 트레이딩 담당 직원은 "사실상 국내 시장에선 성공보수에 대한 기대감도 낮고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공매도 금지 등의 조치가 나오면서 헤지펀드 운용의 발을 묶어버릴 가능성도 높다"며 "회사에선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직원들은 운용사 분사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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