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8월 2일] "문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경기회복세가 두드러지면서 올 2ㆍ4분기의 경제성장률이 7%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내년 성장률 전망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그러나 서민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동네 근로자도, 학교 주변 식당 주인도, 거리의 택시기사도 생활이 나아지기는커녕 불안하기만 하다고 한다. 경기회복의 혜택이, 경제성장의 과실이 널리 퍼지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좀 더 시간이 지나더라도 별로 기대되지 않는다는 의견들이다.

이러한 현실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를 외치며 이룬 정부의 경제 살리기 성과를 무색하게 한다. 경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바보 수준을 조금만 벗어나도 문제는 단순히 경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경제의 이중구조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정작 "문제는 경제야!"를 외친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애써 외면해온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최근 들어 대통령이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경제야!"의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데 아쉬움이 있다. 관계 장관들이 앞 다퉈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질타하고 대ㆍ중소기업 간 공정거래와 상생 협력을 강조하는 상투성이 이를 반영한다. 대ㆍ중소기업 간 공정거래가 경제의 이중구조와 사회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전경련이 천명한 '중소기업 지원'이나 '300만 고용 창출'도 공정거래를 빼고서는 공언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이를 강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음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했어야 할 정부의 책무를 '대기업 때리기'의 포퓰리즘에 싣는 인상을 주는 것은 그 상투적 귀결을 예고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진정으로 서민경제를 걱정하고 사회 양극화를 우려한다면 B2B의 프레임에 갇힐 것이 아니라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도 주목해 이를 완화 내지는 해소하기 위한 과감한 개혁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서민경제의 침체와 사회 양극화는 그 뿌리가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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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의 7.1%에 불과한 유노조ㆍ대기업ㆍ정규직의 월평균임금은 약 352만원인 데 비해 전체 근로자의 27.7%를 차지하는 무노조ㆍ중소기업ㆍ비정규직은 114만원가량으로 전자의 35% 수준에 불과하다. 상여금 적용률은 97.8% 대 22.3%, 시간외수당 적용률은 91.1% 대 15.2%, 유급휴가는 97.8% 대 21.2% 등으로 양자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반면에 근속기간은 12.4년 대 1.7년, 신규 채용률은 5.4% 대 64.1%로 나타난다. 사회안전망은 전반적으로 부실하지만 특히 중소기업ㆍ비정규직 가운데는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근로자의 비율이 매우 높다.

2006년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무노조ㆍ중소기업ㆍ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고작 30%대에 머물고 있다. 월임금 60만원 이하 근로자 가운데 정규직의 90%, 비정규직의 95%가 사회보험 미가입자로 드러났는데 이들 대부분이 중소기업 근로자들이다. 중소기업ㆍ비정규직은 직업능력 개발이 매우 취약한 상태이며 공공 고용 서비스도 고용보험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노동시장의 유연성ㆍ안전성, 그리고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등 모든 면에서 대기업ㆍ정규직과 중소기업ㆍ비정규직은 이중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는 각각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히 연관돼 있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곧 사회 양극화의 문제로 나타난다. 따라서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해나가는 데 정책의 중점을 둬야 한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하는 기본 방향은 유노조ㆍ대기업ㆍ정규직 부문은 유연화를 추진하고, 무노조ㆍ중소기업ㆍ비정규직 부문에 대해서는 보호와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차별적인 유연 안전화는 존 롤스의 정의(正義)론에 부합하는 것이며 말하자면 '운동장 고르기'를 통해 전체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 안전성을 제고시켜나가는 길이다. 획일적인 노동 유연화는 도리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나아가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됨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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