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데스크칼럼] 외국인투자가와 한국증시

언제부터인가 개인투자자사이에는 「외국인따라 투자하기」가 붐을 이루고 있다. 외국인선호종목은 하루아침에 인기유망주가 되고 시장주도주에도 영향을 미친다. 외국인들이 많이 사느냐, 파느냐에 따라 주가가 함께 춤을 추며 장세흐름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외국인투자 동향이 주가향방을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될 정도로 국내증시에 큰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부정책이나 기관투자가의 움직임은 못미더워 하면서 외국인의 투자패턴이나 말한마디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추종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 7.23 주가폭락 때도 범정부차원서 고강도의 대책을 내놓고 투신이 고군분투하며 증시안정에 나섰으나 약효가 거의 먹히지 않았다. 외국인투자가와 해외쪽의 부정적인 반응이 정부대책보다 더큰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우사태와 함께 증시를 포함한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을 때도 외국인들은 정부대책에 냉담하게 반응하며 투매에 가까운 매도공세에 나섰다. 외국인투자자금이 한국을 이탈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지 않는한 증시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마저 나올 정도다. 그렇다고 철저하게 이익을 추구하며 투기적 단기투자도 서슴지 않는 이들을 나무랄 수도 없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블루칩중심의 기관화장세도 지난 70년대초 소위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멋진 50개종목)로 대변되는 미국증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모습이다. 투신등 기관들은 빅5(한전, 포철등 시가총액 상위5개사)등 특정종목중심의 편중매매에 대한 지적이 나올때마다 미국증시가 70년대초 기관중심으로 바뀔때 니프티 피프티가 활황장세를 이끌었다는 점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미국서 그랬듯이 투신사들도 간접상품시대를 맞아 성장성, 환금성 등을 들어 블루칩중심의 펀드운용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식의 운용전략을 펴고 있다. 그러나 70년초 니프티 피프티 주도로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던 미증시도 채 3년이 안돼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폭락세로 돌아섰다. 73년 1월 주가양극화 속에 1,000포인트를 돌파하며 급등하던 다우지수가 74년 10월에는 500포인트대로 반토막이 났다. 대부분의 니프티 피프티종목들이 80%이상 폭락했다. 이때 유에스 트러스트, 모건스탠리 등 유수의 기관투자가들이 신탁자산의 3분의2 이상을 날리며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외국인투자가의 움직임이나 외국증시로부터의 벤치마킹 등은 IMF관리체제아래서 자본시장이 아직 취약한 우리로서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외국인들의 증시분석능력이나 운용전략, 투자기법 등에서 국내 투자자보다 한수 앞서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외국인들이 올들어 국내주식투자로 막대한 매매차익과 평가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해이후 올4월말까지 종합지수300~700선에서 빅5등 블루칩을 중심으로 헐값에 9조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장세활황을 주도했다. 그러나 종합지수가 800선을 넘어선 5월들어 이날까지 3조원에 가까운 주식을 비싼값에 순매도하며 엄청난 차익을 챙기고 있다. 지난7월6일 종합지수가 990포인트였을 당시 빅5종목에서만 무려 16조원의 평가익(올최저시점인 2월24일 대비)을 낸것으로 분석됐다. 외국인들 배만 불리고 국부유출의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무튼 시가총액 300조원규모의 우리증시가 거래비중이 5%에 불과한 외국인투자가에 의해 끌려다니고 있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 문제는 외국인의 매도규모보다는 판다는 사실 자체가 심리적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97년말 외환위기 때의 악몽탓인지 해외부문이나 외국인투자가들의 영향력이 실제이상으로 부풀려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외환위기로 주가폭락 등 금융. 자본시장 시스템이 붕괴돼 외자유치를 포함한 위기해소가 발등의 불이었던 때는 외국인의 입김이 셀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넘쳐나는 유동성과 투신주도의 기관화장세로 외국인의 설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올들어서만 50조원이 넘는 돈이 주식시장 쪽으로 들어오고 주식예탁계좌수가 1,200만개에 이르는 등 매수기반이 그 어느때보다 탄탄해 앞으로 외국인의 시장지배력은 눈에 띄게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외국인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해외부문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증시안전판 구축과 함께 투자자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할때다. 金聖泰부국장겸 증권부장/STKIM@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